[취재수첩] 북한인권법 7년째 못본 척하는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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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재단 이사추천 미뤄“정부는 국회가 북한인권법 제정 당시의 합의 정신, 북한 주민들이 처한 열악한 인권 상황을 상기하길 바랍니다.”
민주당의 직무유기 멈춰야
김동현 정치부 기자
통일부가 31일 낸 ‘국회에 북한인권재단 이사 요청’이란 제목의 자료에는 이 같은 내용이 실렸다. 이날 통일부는 북한인권법에 따라 북한인권재단 이사 및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제2기 위원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지난 30일 국회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입법부에 공문을 보냈다고 자료까지 배포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오는 4일로 북한인권법을 제정·시행한 지 7주년이 되는 데다 북한인권 관련 정책업무가 심각히 지장을 받고 있어 국회의 행동을 촉구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북한인권재단은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설립되는 통일부 산하 기관이다. 이 법은 북한인권재단이 북한인권과 관련해 실태조사·연구, 정책대안 개발·대정부 건의, 시민사회단체 지원 등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6년 3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통일부는 모두 12차례에 걸쳐 국회에 재단 이사의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북한인권법은 통일부 장관이 두 명, 여야가 다섯 명씩 이사를 추천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지난해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과 김범수 사단법인 세이브NK 대표를 정부 몫으로 추천했고, 국민의힘도 5명의 후보를 국회사무처에 제출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시절이던 2018년 이사 추천을 한 번 한 뒤 “내부 논의 중”이라며 이사 추천을 미루고 있다.
야당이 이사 추천을 거부하면서 재단이 쓸 예정이었던 사무실은 수십억원의 임대료 비용만 날리고 2019년 폐쇄됐다.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지 7년이 지나도록 민주당이 법안 내용을 따르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직무유기란 지적도 나온다. 탈북자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005년 발의된 북한인권법은 2016년 통과될 때까지 11년 걸렸는데, (민주당이 발의한) 대북전단금지법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020년 요구하고 6개월 만에 법이 통과됐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이 진영논리에 빠져 재단 설립을 지체하는 동안 북한의 인권 문제는 계속 악화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에서 “올 1~7월 북한 아사 건수가 240여 건으로 예년에 비해 두 배 이상”이라고 보고하기도 했다. 북한인권법이 대북 ‘인도적 지원’ 업무도 부여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이번에는 이사를 추천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