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읽는 세상] 중기, 성장 막는 '킬러규제' 100건 선정…"新기술 내놔도 평가받는데만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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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별로 인증 받는 어린이 내복유아용 내복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경기도의 한 의류 제조업체는 안전 인증 비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모든 제품에 ‘KC 인증’을 받았지만, 동일 공정이라도 제품 색상이 다르면 추가로 인증받도록 한 ‘어린이 제품 안전 특별법’ 때문이다. 다섯 가지 색으로 제품을 제조하는 이 회사 A대표는 “안전기준을 낮춰달라는 게 아니라 인증 부담을 덜어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스타트업 혁신 의료기기 만들어도
규제로 사업화 막히기 일쑤
규제 개혁 앞장 공무원 보상 필요
노동·인증 분야 44개로 ‘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00대 중소기업 킬러 규제’를 선정해 28일 발표했다. 지난 5~6월 중기중앙회가 251건의 규제와 관련한 현장 애로를 접수해 선정했다. 중소기업이 꼽은 100대 킬러 규제는 △신산업 규제(10개) △입지 규제(9개) △환경 규제(9개) △노동 규제(26개) △인증 규제(18개) 등 다방면에 걸쳐 있었다.현실과 괴리된 기준이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기도의 한 콘크리트 업체는 공장 안에 먼지·모래·자갈 등을 재흡입하는 첨단 정화시설을 갖췄지만, 오염물질 배출량이 아니라 발생량을 기준으로 하는 대기환경보전법 때문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 분야 스타트업 업계에선 ‘신의료기기’에 관한 규제 장벽이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스타트업이 혁신적인 의료기기를 제조해도 신의료기술평가 규제를 넘지 못해 뿌리내리기 힘들다는 것. 스타트업이 만든 의료기기를 사용한 의료 행위로 ‘수가’가 발생하려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평가 기간이 5년 넘게 걸린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제풀에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 신청 대상’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규제의 사슬은 중소기업 특화 업종에도 촘촘하게 파고들어 있었다. 슬립테크 기기를 생산하는 서울의 한 업체는 첨단기술 제품과 일반 온수매트를 구분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규제를 적용하는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이 회사는 수면 측정 후 발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온도 알고리즘을 제공하는 제품을 생산하는데, 온수 매트 제품으로 일괄 분류된 탓에 원격제어 기능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중기와 소통…연내 입법 기대”
킬러 규제는 중기의 고질적 인력난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부산의 한 화학 플랜트 기계 제조업체 대표는 안전관리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현재 하도급 100억 원, 원도급 50억 원 이상 공사인 경우 안전관리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문제는 모집 공고를 올려도 다들 큰 건설회사만 가려고 할 뿐 전문 건설업체에는 아무도 오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전문 건설업은 현장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안전관리사 자격증을 금방 땄다고 해서 바로 전문가로 활동하기는 어렵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사고를 예방하려면 현장 경험이 가장 중요한 만큼 안전관리자의 공급난이 해소될 때까지만이라도 자격을 확대해 이미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안전관리자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중기를 옭아매는 킬러 규제가 구체적으로 지목된 만큼 빠른 개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내용의 입법을 위해 중소기업계와 적극 소통하고 올해 입법을 완료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강경주/오유림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
1. 중소기업 킬러 규제 선정 결과를 정리해보자.2. 킬러 규제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을 설명해보자.3. 킬러 규제 문제의 해결 방법에 대해 토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