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놀자] 어미 900분의 1 무게로 태어나…흑백 털 위장에 효과적

(157) 판다의 생태
요즘 한국에서 가장 '핫'한 동물은 누가 뭐래도 판다가 아닐까. 중국을 대표하는 동물인 판다가 한국에서까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한국 최초 자연 번식으로 태어난 '푸바오' 덕분이다.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이름 그대로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주고 있는 푸바오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판다라는 동물에 대해서도 궁금해진다. 판다는 곰과 동물이지만 보통의 곰과는 다른 점이 많기 때문이다. 바오 가족(푸바오는 아빠 러바오와 엄마 아이바오의 새끼임)을 통해 판다의 생태를 들여다보자.판다는 중국 남서부 산맥의 울창한 대나무 숲에 서식하는 중국 고유 종으로, 대나무를 주식으로 먹는다. 다른 곰과 구별되는 판다만의 가장 독특한 점이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판다는 여전히 육식동물의 소화기관을 갖고 있기에 대나무 속 셀룰로스나 리그닌 등의 섬유질을 분해하는 능력이 거의 없다. 그래서 판다는 영양분과 에너지를 얻기 위해 하루 최대 14시간, 약 12~38kg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대나무를 먹는다.

그렇다면 판다는 언제부터 대나무를 먹게 됐을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적어도 600만 년이 넘었다. 202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자연사 박물관 연구팀은 600만 년 전 판다의 조상인 아일루라르크토스(Ailurarctos)의 화석을 분석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가짜 엄지’의 흔적을 찾아 판다의 식생활 진화를 추적해왔다. 판다는 손목뼈가 엄지손가락처럼 튀어나온 가짜 엄지를 갖고 있는데, 이 가짜 엄지가 대나무를 잡고 먹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아일루라르크토스의 경우, 지금의 판다보다 더 긴 가짜 엄지를 갖고 있었다. 왕샤오밍 연구원은 “판다는 대나무 숲에 정착하면서 육류와 열매의 잡식성 식단에서 대나무로 식단을 바꿨다”라며 “가짜 엄지의 변화가 대나무를 소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흑백의 대비되는 털 색깔도 판다를 다른 곰과 구별해주는 특징 중 하나다. 포유류는 보통 한 가지 색의 털을 가진다. 대비되는 털 색은 오히려 포식자의 눈에 띌 위험이 크다. 그런데 2021년 영국 브리스톨대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이 판다의 흑백 털 대비가 위장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각종 이미지 분석 기술을 이용해 포식자 관점에서 자연 속 판다 사진을 분석했다. 자연 속에서 판다의 검은색 털은 어두운 그늘이나 나무줄기와 비슷했고, 흰색 털은 눈과 비슷해 구별이 어려웠다. 영국 브리스톨대 팀 카로 생물학과 교수는 “중국 동료들이 야생에서 찍은 판다 사진을 보내왔을 때, 사진 속에서 판다를 찾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연구를 시작했다”라며 “사람의 눈으로도 판다를 구별하기 어렵다면, 다른 포식자들은 더 어렵다는 뜻이므로 판다의 털 색은 위장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마지막 특징은 어미 판다가 자기 몸무게의 900분의 1에 불과한, 매우 작은 새끼를 낳는다는 것이다. 지난 7월 7일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이 태어났는데, 쌍둥이 자매의 몸무게는 각각 180g, 140g에 불과했다. 현재 100kg에 육박하는 푸바오도 태어났을 때는 197g밖에 되지 않았다.

판다의 새끼는 왜 이렇게 작을까? 다양한 가설이 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곰과 동물이 임신과 겨울잠을 자는 시기가 겹쳐 작은 새끼를 낳는다는 것이다. 겨울잠을 자는 동안 먹이를 먹지 않기 때문에 임신 기간이 길면 건강이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서 임신 기간을 줄여 빨리 출산한 뒤 젖을 먹여 기른다는 것이다. 보통 곰과의 수정란은 어미의 자궁을 떠돌다 출산 60일 전에 착상하며, 판다는 이보다 더 짧은 출산 30일 전에 착상이 이뤄진다. 어미 배 속에서 고작 한 달 정도만 있다가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판다는 겨울잠을 자지 않지만, 곰과 동물이기에 같은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가설이다.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 판다에 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판다는 인간의 삼림 벌채로 인해 서식지가 점점 줄어들어 전 세계에 1,800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다행히 중국과 세계자연기금(WWF) 등의 노력으로 판다의 개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푸바오도 내년에는 번식을 위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바오 가족을 단순히 귀여움으로만 소비할 것이 아니라, 판다가 멸종위기 위험을 안고 있는 동물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 기억해주세요

판다는 인간의 삼림벌채로 인해 서식지가 점점 줄어들어, 전 세계에 1800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다행히 중국과 세계자연보전기금(WWF) 등의 노력으로 판다의 개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푸바오도 내년에는 번식을 위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바오 가족을 단순히 귀여움으로만 소비할 것이 아니라, 판다가 멸종위기의 위험을 안고 있는 동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들의 보호 노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오혜진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