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코노미] 부동산시장 안정, 데이터 분석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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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S11
(114) 디지털 경제와 데이터19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한참을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상담원과 전화 통화하면서 원하는 날짜와 지역에 비행 편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소비자는 원하는 비행 편과 숙소를 마음껏 선택하기 어려웠다. 가격 비교는 당연히 불가능했다. 앱을 통해 숙소와 비행 편을 자유롭게 비교 검색하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과거다.21세기 초 많은 영역에서 ‘온라인 혁명’이 진행됐지만, 부동산 분야는 아니었다. 미국과 같은 인터넷 혁명의 진원지에서조차 2000년대 초반 집을 사려면 지역신문의 부동산 매물을 샅샅이 뒤져야 했다. 디지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주체는 소수에 불과했다. 어두운 방 안에서 손전등 없이 물건을 찾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부동산 분야의 디지털 전환이 환영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동산 매물 정보를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게 되자 많은 사람이 열광했다. 미국에서 이런 물결을 이끈 주인공은 질로(Zillow) 앱이었다. 심지어 ‘집을 Zillow 한다’는 새로운 동사가 탄생할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받았다.
데이터는 스타벅스와 집값의 상관관계, 젠트리피케이션 확률까지 알려줘.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 일반화돼야.
부동산 데이터 쌓이자 분석도 가능해져
부동산 매물 정보가 디지털화되자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 1억 개 넘는 매물 정보가 쌓이고, 각 매물의 방 개수, 욕실 수, 면적, 세금 등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심지어 미국 전역에 있는 모든 주택의 가치를 추정하고 예측할 수도 있게 되었다.대표적인 분석이 스타벅스와 집값의 상관관계다. 데이터가 쌓이자 스타벅스의 위치가 주택가격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는지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질로의 분석에 따르면 1997년 미국에서 스타벅스 매장 반경 400m 이내에 위치한 주택의 평균 거래 가격은 약 13만7,000달러인 반면, 그렇지 않은 주택은 10만2,000달러였다. 시간이 흘러 2014년 미국의 평균 주택 가격은 65% 상승한 16만8,000달러였지만, 스타벅스와 인접한 부동산은 26만9,000달러로 96% 상승했다. 같은 지역이라도 던킨도너츠 인근의 집은 스타벅스 인근보다 가격 상승이 덜했다. 1997년 이후 던킨도너츠 근처의 주택은 80% 상승한 반면 스타벅스 근처의 집은 96% 상승해 거의 2배가 되었다.
홍대 지역에서 논란이 된 젠트리피케이션도 데이터로 예측이 가능하다. 미국 이스트 빌리지(East Village)는 이민자들의 항구로,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방랑자 기질을 지닌 세대가 모여들기 시작한 곳이다. 이들은 히피, 음악가, 예술가 친구들을 불러들였다. 임대료를 나눠 내면 거의 무료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젊은이가 이곳을 찾았고, 이들을 위한 레스토랑과 바·갤러리·클럽 등이 생겨났다. 이후 친구의 친구들도 모여들면서 1990년대에는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다.부동산 개발 회사 입장에서는 비로소 개발 유인이 생긴 것이다. 이들이 이스트 빌리지 건물을 매입하고, 새로운 건물을 짓기 시작하자 임대료가 상승했다. 과거 세입자들은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이제는 고소득 전문직과 부유한 예술가, 디자이너가 사는 지역으로 바뀌었다. 데이터는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도 전조가 있음을 알려준다. 광범위한 분석 결과, 핵심은 주택의 연식이었다. 1980년에 40년이 넘는 집이 17% 이상이라면 47%의 확률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신규 주택이 많은 지역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확률이 24%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