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원론 산책] 재산권 확립하면 외부효과 줄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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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S12
(60) 시장 실패와 재산권완전경쟁시장임에도 공공재와 외부성으로 인해 시장 실패가 발생하면서 상품이 효율적으로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문제가 생겨나는 공통적 배경으로 재산권에 주목하는 시각이 있다. 재산권이 명확하게 확립되어 있지 않을 때 공공재와 외부성 문제가 발생해 비효율적 자원배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가치 있는 물건의 법적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기 어렵다면 공급자는 공급할 이유가 없으며, 사용자는 필요 이상으로 물건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누구나 군대가 필요하고 깨끗한 환경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소유권이 어떤 사람에게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들을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익도 생기지 않는다. 거꾸로 공공재와 외부성에 대한 소유권이 명확하게 설정될 때 공공재가 공급되고 외부성이 해결될 것이다.공공재와 외부성의 문제가 생기면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재산권을 확립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부가 상품을 직접 공급해 소유권을 갖는다든지, 자연환경을 정부 소유로 간주하고 이용에 제한을 가하거나 오염배출권을 판매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시장 실패 문제가 해결되고 비효율적 자원 배분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겠지만, 현실에선 정부 실패가 발생하고 마는 문제가 있다.
공공재나 외부성으로 인한 시장 실패의 문제를 정부의 개입 없이 사적(私的)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재산권 확립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기부 활동이나 도덕성에 기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기부를 통해 국방 서비스나 거리의 가로등을 공급할 수 있고, 도덕성을 바탕으로 생산이나 소비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오염물질을 덜 배출하고 사회에 이로운 행위를 더 많이 하게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개인이 스스로 이런 행동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세금 감면 등 유인책이나 의식 고취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벌인다. 사적 해결 방안은 정부 실패를 낳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 실패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다.
부정적 외부성의 해결과 관련해 재산권 설정을 통한 사적 해결 방안 연구가 많이 진행돼왔다. 소유권 제도를 연구한 법학자인 로널드 코스는 정부 개입 없이도 시장을 통해 부정적 외부성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유권만 잘 정립되어 있다면 경제주체들의 자발적 협상을 통해 부정적 외부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 실패 없이 시장 실패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기도 하다.이를 ‘코스 정리’라고 부르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환경에 대한 소유권을 명확하게 설정한다면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측과 오염으로 피해를 보는 대상이 자발적으로 협상에 나서게 되고, 오염물질이 과도하게 배출되는 부정적 외부성을 줄이고 적절한 수준으로 오염 관리를 할 수 있다. 만약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측에 환경에 대한 소유권이 있다면 피해를 보는 대상이 비용을 지불하고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반대로 오염으로 피해를 보는 대상에 환경에 대한 소유권이 있다면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측이 적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그러면 오염이 적정 수준 이내로 관리할 수 있다.
코스 정리는 소유권이 누구에게 주어져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유권이 획정만 된다면 부정적 외부성이 사라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물론 소유권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고 해도 오염을 일으키는 대상을 찾지 못해 양 당사자 간 협상이 어려워지면 부정적 외부성의 해결이 쉽지 않다. 아직까지 코스 정리를 통해 외부성을 완전히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환경오염의 발생과 해결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코스 정리를 원용한 사적 해결이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