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지민이 먹네" 역대급 인기…세계인 입맛 잡았다

K라면, 올해 7월 누계 수출액 5억달러 돌파…사상 최대 경신
국내 첫 라면 삼양라면 오는 15일로 출시 60주년
사진=연합뉴스
올해로 출시 60년을 맞은 K라면의 인기가 해외에서 뜨겁다. 올해 7월까지 누적 라면 수출액이 5억달러를 돌파했다. K콘텐츠 후광 효과와 함께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7월 누계 기준 사상 최대 수출 쾌거를 거뒀다.

올해 7월 누계 수출 5억달러 돌파…역대 최대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신라면 등 라면이 진열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7% 증가한 5억2202만9000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해당 기간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4억4334만1000달러)를 한 해 만에 제쳤다. 올해 상반기(4억4620만달러) 기준 역대 최대치를 거둔 데 이어 하반기 들어서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1∼7월 라면 수출액은 2015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수출 물량도 불어나는 추세다. 7월 누계 기준 2015년 3만305t에서 올해 13만4791t으로 4배가 넘는 수준으로 늘어났다.라면 수출액이 올해 7월까지 5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연간으로 10억달러 돌파 가능성도 점쳐진다.

"BTS 지민이 먹네"…K콘텐츠 후광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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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에서는 K라면의 수출 호조 배경으로 K콘텐츠 확산 속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라면이 노출된 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속 간편식으로 라면이 입지를 굳힌 점 등을 꼽는다. 국내 공장에서 제조한 제품을 수출하는 삼양식품의 경우 2021년 '3억불 수출의 탑' 수상에 이어 1년 만인 지난해 12월 식품업계 최초로 '4억불 수출의 탑'을 품에 안았다. 삼양식품의 불닭 브랜드는 월드스타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즐겨 먹는 제품으로 꼽히며 전 세계 팬덤에 제품이 알려졌고, SNS에서 매운맛에 도전하는 '불닭 챌린지'가 확산해 해외에서 입지를 굳혔다.

국내 1위 라면기업 농심의 경우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4관왕의 영광을 안은 영화 '기생충' 속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로 주목을 받았고, 해당 제품을 정식 상품화하기도 했다. 농심 실적에 비춰 미국 등에서 K라면의 인기는 뜨겁다. 1분기 농심 미국법인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40.1%, 604.7% 급증한 1647억원, 180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농심 전체의 영업이익 증가분 294억원 중 미국법인의 증가분(154억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삼양라면 출시 60년…환갑 맞은 K라면

사진=한경 DB
K라면은 오는 15일로 출시 60년을 맞는다. 환갑을 맞는 K라면은 '수출 역군'으로 입지를 굳혔지만 시작은 6·25전쟁 후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구황 식품으로 시작했다. 이후에도 오랫동안 대표적인 서민식품으로 주머니 가벼운 사람들을 위한 든든한 한끼가 됐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첫 라면은 삼양라면으로 1963년 9월 15일 출시됐다. 이달 15일로 환갑을 맞는 셈이다.

삼양라면을 만든 삼양식품의 창업주인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은 동양생명(현 삼성생명) 부사장 시절 남대문시장에서 '꿀꿀이죽'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보고 식량 자급자족 필요성을 느꼈다. 전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먹어 본 인스턴트 라면을 대안으로 떠올렸고, 일본 묘조식품에서 기술을 배우고 라면 기계를 들여왔다. 2년간의 연구 끝에 국내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을 선보였다.

1966년부터는 정부가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혼분식 장려 정책을 펼치면서 라면 판매가 늘었고, 1980년대 한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라면 시장도 급성장했다. 라면 시장에 농심이 뛰어들었고, 팔도(당시 한국야쿠르트), 오뚜기 역시 해당 시기에 각사를 대표하는 라면을 출시했다.

호황기를 맞던 라면 시장은 1989년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공업용우지로 라면을 튀겼다는 이른바 ‘우지파동’으로 타격을 입는다. 당시 학계와 정부 등에서 우지를 사용한 라면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했으나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당시 1위를 달리던 삼양식품은 직격탄을 맞았고, 8년간의 법정투쟁 끝에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라면 시장은 한층 판이 커졌다. 짜장라면과 짬뽕라면뿐 아니라 미역국라면, 북엇국라면 등 다른 메뉴와 접목하는 시도로 메뉴가 다양화했다. 유통채널별로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이 자체브랜드(PB) 제품을 내놓은 점 역시 시장 경쟁에 불을 붙였다.

최근에는 온라인상에서 '매운 라면 순위'를 매기고 챌린지(도전)하는 트렌드까지 생기는 등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매운맛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라면업계가 매운 맛을 내세운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은 신동원 농심 회장이 미국 제2공장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농심
라면업계에서는 내수 시장뿐 아니라 세계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수출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근 각 기업은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시설 증설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농심은 지난해 미국 2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이르면 2025년 미국 3공장 착공에 나선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2030년까지 미국 시장 연매출을 현재의 세 배 수준인 15억달러(약 1조9179억원)로 끌어올려 현지 라면시장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