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최대실적'美 아펠리스파마, 25% 인력감축…왜?

[이우상의 글로벌워치]
美신약벤처, 수백명 해고에 연구소 폐쇄도
고금리 장기화에 고강도 긴축 '선제대응'나서
세이지 테라퓨틱스, 아펠리스 파마슈티컬스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미국 신약벤처들이 줄줄이 인원 감축을 예고했다. 특히 지난 상반기 최고 실적을 낸 아펠리스가 25% 감축을 예고하며 업계에선 고금리에 따른 강도 높은 긴축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아펠리스는 내년까지 최대 3억 달러 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목적으로 올 3분기내 인력의 25%를 감축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망막 및 중추신경계질환 관련 연구개발(R&D)에 집중하면서 이외 인력 약 225명을 해고한다는 계획이다.아펠리스 파마슈티컬스는 지난 2월 치료제가 없던 지도모양위축(GA) 치료제에 대해 첫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며 업계의 주목을 받은 업체다. 글로벌 제약사가 이 회사를 인수를 하려 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인수합병은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 5월엔 파킨슨병(ALS) 임상에서 실패했다. 투자업계는 지난 상반기 최고 실적을 낸 아펠리스가 25% 감축에 나선 것에 대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평가했다.

회사 실적 자체는 좋았다. 지난 2월 출시한 GA 치료제 ‘시포브레’가 지난 상반기 동안 8580만 달러(1132억원) 매출을 냈다. 전체 매출 9497만 달러(1254억원)의 90.3%가 신약 시포브레에서 나왔다. 지난 반기보고서에 보고한 현금 및 현금등가물은 6억1626만 달러(약 8141억원)다.

문제는 현금 소진 속도였다. 신약을 출시하면서 현금 소진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올 상반기 6개월 동안 영업활동에 쓴 현금은 3억2780만 달러였다. 단순 계산으론 보유한 현금이 1년 안에 바닥난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펠리스가 호실적에도 인원감축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세이지 테라퓨틱스도 우울증 치료제 주주베(성분명 주라놀론)의 연말 출시를 앞두고 직원 중 40%를 해고한다는 계획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개발 중인 R&D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세이지의 상황 또한 아펠리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기보고서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등가물이 1억2142달러인데 지난 상반기 영업활동에 2억8520만 달러를 썼다. 8억8120만 달러 규모 유가증권(Marketable securities)을 매각해 당장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결국 지출을 줄여야만 자금난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제약업체들의 인원 감축 소식은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지난달 초 글로벌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찰스리버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스 샌프란시스코 연구소 폐쇄를 발표했다. 노바티스는 3분기 중 103명을 정리해고한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화이자 또한 지난 24일 일리노이주 공장 직원 69명을 해고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국내 벤처업계 관계자는 “미국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제약산업처럼 성장산업에 투자가 위축되는 것은 예상가능한 기본적인 일”이라며 “지금은 어떤 경영자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을 할 수만 있다면 구조조정에 나설 분위기”라고 설명했다.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9월 1일 14시 31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