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불참하는 시진핑, 인도·미국 회피 전략?

앞서 브릭스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9∼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져 국제 무대에서 그 배경을 두고 추측이 오간다.

전날 로이터통신 등은 인도 관리와 중국 주재 외교관 등을 인용해 시 주석의 불참을 전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현재로선 드릴 말이 없다"고 밝혀 간접적으로나마 시 주석의 델리 G20 정상회담 불참을 확인했다.1일 외신에 따르면 이번 뉴델리 G20 정상회의에는 시 주석 대신 리창 총리의 참석이 예상된다. 리 총리는 G20 정상회의에 앞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5∼7일 개최될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도 대리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외국 방문이 뜸했던 시 주석은 지난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에 참석해 이번 G20 정상회담에도 갈 것으로 기대됐다.

그는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동, 2020년 라다크 충돌 문제와 관련해 현지 주둔 병력을 조기 철수하고 국경 문제 해결 노력을 강화하자는 등 이전보다 진전된 합의를 내놓았다. 양국은 2020년 5월 판공호수 난투극, 6월 갈완 계곡 '몽둥이 충돌' 등 라다크 분쟁으로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4명이 사망하면서 등 경제·군사·외교적으로 대립해왔지만, 이번 시 주석과 모디 총리의 브릭스 회동으로 긴장이 다소 완화됐다.인도가 미국·일본·호주와 함께 안보협의체 쿼드(Quad)의 일원이 돼 대(對)중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한 축이 된 상황에서 중국은 최근 인도와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에 시 주석이 G20 정상회담에 참가하면 양국 관계가 더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미·중 정상 간 회동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G20 정상회담 이후 미·중 정상 간 만남은 없었다. 미국은 올해 들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 특사,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장관급 고위 인사 4명을 중국에 보낸 데 이어 이번에 뉴델리에서도 미·중 정상 간 별도 만남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 주석의 불참으로 계획은 무산됐다. 로이터는 "시 주석의 뉴델리 G20 정상회담 불참은 인도에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또 그의 불참 배경에 대해 "중국의 성장 둔화 속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인도에 힘을 보태는 걸 꺼렸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의 불참으로 중국과 인도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외교가에선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배제하는 미국의 '디리스킹'(위험 제거),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고율 관세 문제 등으로 양국 관계가 불편한 상황에서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을 피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지원 세력으로 의심받는 중국이 G20 정상회담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시 주석이 불참 결정을 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SCMP는 그러면서 중국이 미·중 정상 간 긴장 관계 완화 시도를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로 미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불참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대신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