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진짜 ‘스트롱맨’이라면 반란을 일으킨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을 체포해 재판에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권력이 약했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과 협상한 다음 뒤에서 손을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프리고진 사망은 미국 마피아 감비노파의 두목이었던 폴 카스텔라노의 피살 사건을 연상케 한다. 카스텔라노는 1985년 미국 맨해튼 한복판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는데, 배후는 경쟁자인 존 고티였다.
Holman W. Jenkins, Jr. WSJ 칼럼니스트
프리고진이 강력하게 도전하는 동안 푸틴 대통령은 놀라울 만큼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 수뇌부를 교체할 방법도 찾지 못했다. 프리고진은 러시아군 지도부가 무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만일 푸틴 대통령이 군에 손을 대지 못한다면 자신의 무능력만 입증하는 꼴이 된다. 러시아 국민과 군사 블로거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실패했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푸틴은 실패한 전쟁 지도자
프리고진은 전선에서 성과를 낸 몇 안 되는 러시아 인물이다.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을 맡았던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항공우주군 총사령관도 해임됐다. 프리고진과 수로비킨의 말로를 지켜본 러시아군은 사기가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전쟁에서 작전 성공 여부는 운에 달려 있다. 1차 세계대전 중 벌어진 다르다넬스 해전에서 오스만튀르크 제국은 영국과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연합군이 전투를 포기했을 당시, 오스만튀르크 제국에 남아 있던 탄약은 하루를 더 버틸 만큼의 분량뿐이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원하는 바는 무엇일까. 푸틴 대통령의 몰락이다. 직접 참전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좋은 결과로 보인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는 한국식 전쟁 종료 모델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크게 확전하지 않게끔 하는 선에서 여러 결과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우크라이나인 생각과는 달리 미국은 러시아의 자원과 푸틴 정권의 정당성을 완전히 바닥내려는 목적이 아니다.
젤렌스키의 과제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무기 등 지원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서방의 우선순위가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영토 수복보다 전쟁 억제에 있다는 현실을 우크라이나는 받아들여야 한다. 우크라이나군이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낸다고 해도 러시아에 개혁·평화를 추구하는 새 정권이 들어서지 않는 한 전쟁은 끝나지 않을 수 있다.우크라이나 전쟁은 결정적인 순간을 맞지 못한 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국 정부의 관심은 우크라이나 외 지역으로 점점 이동하게 될 것이다.우크라이나가 ‘제2의 서독’이 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때가 곧 올 수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최전선 국가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 푸틴 대통령 또는 비슷한 인물이 정권을 잡고 있는 한 서방과 러시아의 대치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영향권인 흑해를 통한 해상 수출길에만 의존하기보다 루마니아와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통한 대체 경로를 찾는 게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조치다.
이 글은 ‘Prigozhin’s Death Leaves Putin Weaker’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