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담는 외국인·기관…힘 빠진 2차전지

삼전, 엔비디아에 HBM3 공급
주가 6%↑…2년8개월來 최대
반도체 소부장株도 덩달아 강세

큰손들, LG엔솔·에코프로 매도
삼성전자 주가가 1일 하루 동안 6% 넘게 급등하며 7만원 선을 회복했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주도 동반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인공지능(AI) 관련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한다는 뉴스가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반도체주에 매수세가 몰리자 올 들어 상승세를 주도했던 2차전지, 조선, 전력기기 등 다른 업종은 일제히 급락했다.

○외국인, 삼성전자 5500억 순매수

이날 삼성전자는 6.13% 오른 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1년 1월 8일(7.12%) 이후 2년8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삼성전자 우선주도 5.37% 올랐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엔비디아에 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한다는 뉴스에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씨티증권은 전날 삼성전자가 오는 4분기부터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를 공급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면서 삼성전자 목표가를 기존 11만원에서 12만원으로 높였다. HBM은 AI 연산에 활용되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다. 그동안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공급해온 SK하이닉스는 이날 1.48% 하락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5500억원, 1405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장을 주도했다. 개인은 6876억원어치를 팔았다. 삼성전자는 6% 급등했지만 코스피지수(이날 종가 2563.71)는 0.29% 오르는 데 그쳤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22%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폭등했는데도 지수가 거의 오르지 못한 것은 투자자들이 다른 종목을 팔고 삼성전자를 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차전지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2차전지를 일제히 팔아치웠다. 외국인 순매도 1위는 LG에너지솔루션(1191억원어치)이다. 기관은 포스코홀딩스(877억원), 에코프로비엠(596억원), 에코프로(504억원) 등을 많이 팔았다.

○하나마이크론은 상한가

삼성전자가 불황에서 탈출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소부장주도 일제히 올랐다. 삼성전자 첨단 반도체 수혜주로 꼽히는 하나마이크론은 가격제한폭(29.88%)까지 치솟았다. 하나머티리얼즈(12.27%), 티에스이(10.08%), 이오테크닉스(6.85%), 솔브레인(6.15%) 등 소부장주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증권업계는 소부장 업체들의 주가가 삼성전자를 따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소부장 업체들은 올 들어 반도체 업황 악화가 장기화하고 삼성전자로부터 주문받는 물량이 급감하자 지난 2분기 대부분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박성홍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경기 순환 산업이기 때문에 업황 회복을 앞두고 매수하는 것이 좋다”며 “3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회복세로 전환하면서 소부장 업체들의 실적도 4분기를 기점으로 직전 분기 대비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선호주로 하나머티리얼즈를, 차선호주로 한솔케미칼과 솔브레인을 꼽았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