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서 만난 남편과 을지병원 세워 '봉사의 삶'

전증희 을지재단 명예회장 별세

6·25 때 간호장교로 자진 입대
2600여명 장학금·연구비 지원

전증희 명예회장(왼쪽)과 박영하 박사.

6·25전쟁 당시 간호장교로 참전해 초기 군 간호학의 근간을 마련하고, 남편 범석 박영하 박사와 함께 을지재단을 이끌어온 전증희 을지재단 명예회장이 1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전 회장은 1929년생으로 1945년 춘천간호학교를 졸업하고 6·25전쟁이 발발하자 간호장교로 자진 입대했다. 대전 제2육군병원 간호장교, 강릉 59육군병원 간호부장 등으로 활약한 뒤 대위로 예편했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을지재단 설립자 박영하 박사와 전쟁터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전 회장은 박 박사와 함께 1956년 서울 을지로에서 을지재단의 시초인 박 산부인과 병원을 개원했다. 1967년 국내 최초로 개인병원을 공익법인으로 전환해 재단법인 을지병원을 세웠다.

고인은 1968년부터 1994년까지 을지병원 상임이사를 지내고 이후 을지재단 부회장을 맡았다. 을지병원 시절엔 간호행정 매뉴얼을 직접 마련하기도 했다. 을지재단 부회장으로서는 의사, 간호사 등으로 이뤄진 을지의료봉사단을 창단해 소외계층을 위한 의료봉사를 실천했다.

1997년에는 재단법인 범석학술장학재단을 설립해 27년간 2000여 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600여 명의 연구자를 발굴해 연구비 지원과 범석상 시상 사업을 전개했다.

고인은 2010년 사재 37억원을, 2013년에는 박 박사가 별세하며 남긴 전 재산 172억원을 학교와 재단에 기부했다. 국내 의학 발전과 인재 양성에 힘써온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아들 박준영(을지재단 회장), 딸 박준숙(범석학술장학재단 이사장), 사위 최원식(을지대 의과대학 정형외과학교실 석좌교수), 며느리 홍성희(을지대 총장) 씨 등이 있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