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타키 같은 日경제…부동산·증시 뜨거운데 소비 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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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매주 일요일 아침 도쿄도 네리마구의 슈퍼마켓 아키다이에는 주인 없는 장바구니 200여 개가 늘어선다. 오전 9시 문을 열자마자 가게에 먼저 들어가려는 고객들이 장바구니로 벌이는 ‘오픈런’이다.
채소 한봉지 91원 슈퍼에 '긴줄'
20억원 넘는 주택 거래도 활발
겉은 경기 과열, 속은 침체 양상
대외 악재에 '취약' 우려 목소리
정영효 도쿄특파원
아키다이는 같은 제품을 한 푼이라도 싸게 파는 ‘서민 슈퍼’다. 채소 한 봉지를 단돈 10엔(약 91원)에 판매하는 일요일에는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작년 초부터 장바구니 행렬은 두 배로 늘었다. 일본의 물가가 치솟기 시작한 시점이다. 아키바 히로미치 아키다이 슈퍼 대표는 “물가가 급등하면서 모두가 생활을 방어하기에 급급한 인상”이라고 말했다.같은 시각 도쿄의 대표적 부촌인 미나토구에서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작년 12월 1억5800만엔에 분양한 타워맨션(고급 초고층 아파트) ‘시로카네 더 스카이’ 80.40㎡형의 거래가 2억4800만엔에 이뤄지고 있다.
반년여 만에 가격이 57% 뛰었지만 도쿄의 최고급 주택가 정중앙이라는 입지 덕분에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10엔이라도 아끼려는 서민들의 장바구니 200여 개가 늘어서는 아키다이와 반년 새 가격이 9억원 가까이 치솟았는데도 매수세가 끊이지 않는 시로카네 더 스카이. 둘 중 어느 쪽이 진짜 일본 경제의 참모습일까.
표면적으로 일본 경제는 뜨겁다. 지난 8월 15일 발표된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 6.0%다. 전문가 예상치를 두 배 넘는 ‘깜짝 성장’이었다.
하지만 일본 경제의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겉은 외부의 열기로 뜨겁게 타는데 속은 여전히 차가운 다타키 요리와 같은 모습이다. 외국인과 부유층, 대기업이 뜨겁게 타는 껍질 부분이라면 서민과 중소기업은 차가운 속살이다.외국인과 부유층은 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 여력이 늘어나는 자산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일본은행은 닛케이225지수 상승으로 올해 외국인과 부유층의 자산가치가 74조엔 불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서민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이 1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지난 2분기 일본 경제가 6.0% 성장했지만 개인소비는 0.5% 감소한 이유다. 개인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일본 경제의 반짝 성장을 장기 침체 탈출보다 뒤늦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보는 전문가도 늘고 있다. 2021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5.7%와 5.4%를 기록하는 동안 일본의 성장률은 1.7%에 그쳤다. 미국과 EU가 이미 경험한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의 기저효과가 일본에서는 2년 늦게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일본 경제의 체질 역시 밖은 뜨겁고 안은 차가운 ‘다타키형’으로 바뀌었다. 개인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는 2분기 경제성장률을 1.2%포인트 끌어내렸다. 반면 수출과 수입 등 외수 기여도가 7.2%포인트를 나타냈다.
다타키 경제의 약점은 대외 경제의 출렁임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이다. 하반기 세계 경제가 부진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본의 성장률 전망도 계속해서 하향 조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