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은 살해 당했다"…2조 재산 남기고 떠난 억만장자 [신정은의 글로벌富]

거리서 음료수 팔던 알 파예드, 英해로즈 백화점 오너까지
자수성가 억만장자…아들 숨지자 "영국 왕실이 배후" 주장
'신정은의 글로벌富'는 부(富)를 이루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입니다. 전 세계 자산가들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거리에서 음료수를 파는 것을 시작으로 영국 해로즈 백화점 오너(소유주)가 된 자수성가 억만장자 모하메드 알 파예드가 숨졌다는 소식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연인이였던 도디 알 파예드의 아버지로도 유명하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알 파예드 가족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족스러운 은퇴 생활을 보낸 알 파예드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숨졌다"고 밝혔다. 향년 94세.

포브스에 따르면 알 파예드의 재산은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로 추정된다. 전 세계 억만장자 순위로는 1516위다.

알 파예드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야망이 가득했던 그는 학교 수업을 빠지고 길거리에서 탄산음료를 팔았고, 재봉틀 판매사원 등으로 일하며 재산을 모았다.그는 첫 부인인 사우디아라비아 작가 사미라 카슈끄지의 오빠이자 백만장자 무기상인 아드난 카슈끄지 아래서 일하며 부자의 세계에 대해 알게 됐다. 알 파예드는 가족과 함께 설립한 해운회사를 유럽으로 옮긴 후 1960년대부터 영국 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는 세계 최대 거부 중 한 명인 브루나이 술탄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974년 영국으로 건너간 뒤에는 파리 리츠 호텔과 해로즈 백화점을 차례로 인수한 입지전적인 사업가가 됐다. 그는 해로즈 백화점을 25년 동안 소유하다가 2010년 카타르 국부펀드에 매각했다.

알 파예드는 1997년부터 2013년까지 프리미어리그 풀햄 풋볼클럽(FC) 구단주를 맡은 것으로도 명성을 얻었다. 1987년에는 자선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생전 영국 시민권 취득을 시도했으나 이루지 못했다.
사진=포브스
그는 1997년 8월 31일 다이애나비와 연인 관계였던 아들 도디 알 파예드가 프랑스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다이애나비와 함께 사망하자 영국 왕실이 배후라고 주장하며 여러 차례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매력적이고, 복수심이 강하고 때로는 거침없이 말하는 알 파예드는 자신의 아들이 살해됐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10년을 보냈다"고 평가했다.

다이애나비는 1996년 왕세자였던 찰스 3세 국왕과 이혼한 후 줄곧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사망 당일에는 도디 알 파예드와 함께 파리 알마 터널에서 파파라치를 피하려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해 목숨을 잃었다.

알 파예드는 운전사의 과속과 음주 운전이 사고 원인이라는 프랑스 경찰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2008년 다이애나비의 사인 규명을 위해 6개월에 걸쳐 세계 각국에서 250여명에 이르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청취한 영국 법원 배심원단은 운전사와 파파라치들의 부주의한 운전으로 인한 사고라고 결론 내렸다.알 파예드는 판결을 인정하면서도 "신이 복수할 수 있도록 나머지 일을 남겨둘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도디와 다이애나의 사망 26주기를 하루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