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그리면서 자신의 강박을 털어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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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익갤러리 최병진 개인전
9월 21일까지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최병진 작가(48)의 개인전은 간만에 초상화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최 작가는 자신이 갖고 있는 강박과 콤플렉스를 초상화 20여점으로 풀어냈다. 그는 서울대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2006년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가 되는 등 일찍부터 두각을 드러낸 작가다. 하지만 작품 활동은 뜸한 편이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생업과 그림을 병행해야 했고 강박증을 앓았기 때문”이라며 “이를 해소하느라 2015년 정도부터 ‘초상’ 시리즈를 시작했고, 덕분에 강박 증상이 많이 나아졌다”고 설명했다.그의 초상화는 일종의 자화상이지만,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보편적인 현대인의 초상이기도 하다. 작품 속 얼굴을 감싸고 있는 갑옷과도 같은 기하학적 형상은 스트레스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저마다의 방어 기제를 상징한다.
최 작가는 “내 자신이 단단해지고 성장하면서 갑옷을 두를 필요가 없어졌다는 의미”라며 “그림 속 얼굴이 갑옷을 모두 벗게 되는 날에는 또다른 화풍을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9월 21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