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날개 단 SK하이닉스…삼성전자와 점유율 격차 10년새 최저

SK하이닉스 2분기 D램 점유율 껑충…삼성전자과 격차 18.1→6.3%포인트
옴디아 "AI가 D램 시장판도 변화"…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 경쟁 치열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늘면서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이 30%를 넘어섰다. 시장점유율 1위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는 10년 내 가장 근소한 수준으로 줄었다.

또 AI가 D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주도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 HBM 수요 증가 힙입어 SK하이닉스 점유율 30%대로 껑충
3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D램 매출은 107억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57% 줄었지만, 전 분기보다는 15% 늘었다. 업체별로 보면 1위 삼성전자의 D램 매출은 41억달러로 전 분기보다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점유율은 전 분기 42.8%에서 38.2%로 4.6%포인트 하락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D램 매출은 전 분기보다 무려 49% 증가한 34억달러로 집계됐다. 시장점유율은 31.9%로 전 분기(24.7%)보다 7.2%포인트 상승했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마이크론(점유율 25.0%)을 제치고 점유율 2위 자리를 되찾았다.

또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는 1분기 18.1%포인트에서 2분기 6.3%포인트로 줄었다. 양사의 D램 점유율 격차가 10%포인트 안쪽으로 좁혀진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옴디아는 양사의 점유율 격차가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D램 점유율 추이를 보면 삼성전자의 연간 시장점유율이 30%대를 기록한 것은 2013년(36.2%)이 마지막이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최근 10년 동안 연간 점유율이 30%를 넘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후 삼성전자는 줄곧 40%대 초중반, SK하이닉스는 20%대 중후반의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 옴디아 "HBM 수요, 올해 100% 이상 성장"…D램 시장 변화
올해 1분기에 점유율 3위로 밀려나는 굴욕을 겪은 SK하이닉스가 반등을 만든 것은 AI 열풍 덕분이다.

챗GPT 같은 AI 분야 데이터 처리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HBM이 대거 탑재되기 때문이다.

옴디아는 "AI 수요가 본격화하면서 HBM과 128기가바이트(GB) 이상 서버용 고용량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며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에 가격 하락 폭이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AI 수요의 강력한 모멘텀이 D램 시장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옴디아는 내다봤다.

특히 옴디아는 "연초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던 HBM 수요가 올해와 내년에 10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PU 강자인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도 이런 기대감을 뒷받침하고 있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실적 발표를 통해 회계연도 2분기(5∼7월) 매출과 주당순이익이 시장 전망을 각각 20%, 30%가량 상회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를 독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 개발 경쟁도 본격화
HBM이 반도체 불황을 뚫을 돌파구로 주목받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 개발을 완료하고, 성능 검증을 위해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지난달 21일 발표했다.

HBM3E는 현존 최고 사양인 4세대 제품(HBM3)에 이은 5세대 제품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1년 세계 최초로 HBM3를 개발했으며 지난해에는 양산에 성공했다.

이처럼 SK하이닉스는 HBM 개발 속도에서 삼성전자에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엔비디아의 파트너인 SK하이닉스의 HBM 사업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WSJ은 "SK하이닉스가 10년 전 경쟁사보다 HBM에 더 적극적으로 베팅해 AI 애플리케이션이 부상하면서 초기 승자 중 한 업체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HBM 시장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에 살짝 밀리는 것으로 평가받는 삼성전자는 추격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4분기부터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세철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2분기에 고객사에 샘플을 보냈고 현재 진행 중인 검증 절차는 3분기 말에 완료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가 4분기부터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HBM3 독점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 1일 업계 최초로 12나노급 32기가비트(Gb) DDR5 D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는데, 이 제품은 HBM 생산 역량 강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32Gb DDR5 D램 제품의 경우 HBM을 생산하는 핵심 공정인 '실리콘 관통 전극(TSV) 공정' 없이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TSV 공정 장비를 모두 HBM 생산에 집중할 수 있다는 뜻이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성능을 개선한 제품으로 제조 과정에 TSV 공정이 활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