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국내 최초 그린수소 버스 타보니…매연·소음 없고 물만 뚝뚝

제주도, 다음달께 버스 9대 실제 운행…오영훈 지사 "탄소 제로시대 선도"

"소리도 매연도 없고 에어컨만 잘 나오면 좋겠는데…"
4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 이날 처음 시운전 되는 그린수소 버스에 탑승하던 승객은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이같이 말했다.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물을 전기 분해해 만들면서 생산과정에서도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그린수소가 정말 화석연료 만큼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던 터였다.

제주 함덕 충전소에서 올라 탄 그린수소 버스 내부는 여느 저상버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운전석 인근에 '그린수소 버스'란 문구가 적혀 있지 않았다면 그린수소 버스인지 모를 정도였다.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출발한 그린수소 버스는 당초 우려와 달리 여전히 무더운 제주의 초가을 날씨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내뿜었다.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를 출발해 함덕해수욕장을 거쳐 다시 충전소로 돌아오는 내내 그린수소 버스는 전기버스와 같이 별다른 소음 없이 매우 조용했다.

교차로에서 신호등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했지만 버스 특유의 시끄러운 엔진음은 들리지 않았고 에어컨 바람도 시원해 버스를 타는 내내 편히 창밖을 감상할 수 있었다. 솔솔 잠이 올 지경이었다.
20분간 시범 운행을 끝내고 한 승객에게 시승 소감을 묻자 "전기버스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그러면서 "사실 버스가 전기를 만들면서 움직이니 사실 전기버스라 해도 맞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린수소 버스가 전기버스와 다른 점이라 하면 차체 아래에서 아스팔트 바닥으로 물이 뚝뚝 떨어졌단 점이다.

그린수소 버스 내 있는 수소 연료전지는 제주에서 생산한 그린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반응시키는 방식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이 전력은 버스가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며, 전력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매연이 아닌 순수한 물만 배출된다.

또 더러워진 공기는 정화된다.

그린수소 버스가 '달리는 공기 청정기'란 별명이 붙은 이유다.

반면 전기차는 배터리 충전을 통해 움직이기 때문에 물이 떨어지지 않는다.
제주도는 이날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를 기점으로 수소 버스 외에도 수소 승용차와 수소 청소차도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는 시간당 수소버스 4대, 수소승용차 20대를 충전할 수 있다.

제주도는 그린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점인 오는 10월께 함덕 버스회차지∼한라수목원 노선에 버스 9대를 투입해 실제 운행에 들어간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해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한 수소로,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청정 수소를 말한다.

100%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사용한 버스 운행은 전국에서 제주도가 처음이다.

그린수소 충전소 역시 지난 4월 국내 최초로 제주에 완공돼 가동중이다.

그린수소 연료로 버스를 운행하면 사실상 탄소 배출이 전혀 없다.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에서 분해해 얻는 일반 '그레이수소'는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그린수소를 활용하게 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앞으로 그린수소를 발전에도 활용, 에너지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만들어 나가는 탄소 제로 시대를 제주가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