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혈액암 듣는 CAR-T 나오나…美 연구팀, 크리스퍼 CD45 CAR-T 개발

킴리아 개발한 칼 준 교수 참여
마우스 모델서 치료제 가능성 확인
칼 준 미 펜실베니아 의대 교수
미국 펜실베니아대 연구팀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모든 혈액암에 활용할 수 있는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연구에는 노바티스의 CAR-T세포 치료제 킴리아를 개발한 연구진도 참여했다.

허가받은 6개 CAR-T, 특이항원 표적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르 길 펜실베니아대 의대 교수팀은 최근 모든 혈액암에 듣는 CD45 표적 CAR-T세포의 동물실험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트랜스레이셔널 메디슨에 공개했다. 논문 주요 공동저자에는 노바티스의 킴리아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도 유명한 면역학 전문가 칼 준 펜실베니아 의대 교수도 참여했다.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첫 CAR-T 세포 치료제인 킴리아 시판 허가를 한 뒤 CAR-T세포 치료제는 6개로 늘었다. 하지만 이들은 단일 특이 항원을 표적으로 삼아 특정한 혈액암만 치료할 수 있다.

킴리아는 B세포 표면 단백질인 CD19를 표적으로 삼아 B세포 림프종과 백혈병 치료제 활용되고 있다. 승인받은 6개 제품 중 4개가 이같은 CD19를 표적으로 삼았다. 나머지는 B세포성숙항원(BCMA)를 찾아가는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로 개발됐다.

연구팀은 이처럼 특정한 세포에만 있는 특이 항원을 표적으로 삼으면 치료제 활용에 제약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혈액암 세포에 있는 CD45 항원을 표적으로 삼는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개발은 쉽지 않았다. CD45는 건강한 혈액 세포에도 많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CD45를 표적으로 한 CAR-T세포가 혈액암만 선택적으로 공격하지 않으면 몸 밖 배양 과정에서 서로를 공격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CAR-T세포를 구성한 T세포에도 CD45가 발현되기 때문이다.

혹여 제대로 환자 몸에 들어가더라도 CAR-T세포가 정상 혈구세포를 공격할 수 있다. CD45 CAR-T세포가 정상 기능을 하는 적혈구, 혈소판, 혈장 등을 모두 죽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에피토프 편집 등으로 활용도 높여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들은 유전자 가위로 알려진 크리스퍼 편집 기술을 활용해 '에피토프 편집(epitope editing)'에 나섰다. CAR-T세포가 CD45와 결합하는 에피토프 부분과 조혈모세포의 CD45 구조를 살짝 바꾸는 방식으로 치료제를 개발했다. CAR-T세포가 서로를 공격하지 않고, 조혈모세포도 계속 살아남을 수 있도록 조작한 것이다.새로 만든 CAR-T세포는 혈액암 세포만 찾아 공격하지만 정상 CD45 기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조혈모세포는 공격하지 않기 때문에 혈액 세포를 만들어내는 데에도 문제가 없었다. 연구팀은 해당 치료를 "CAR-T세포 치료법과 조혈모 세포 이식의 결합"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CAR-T세포 치료법을 급성골수성 백혈병(AML) 마우스 모델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효과를 확인했다. CAR-T세포 치료군은 3주 안에 백혈병 세포가 사라졌다. 65일간 실험을 진행했는데 치료군 중 75%는 실험이 끝날 때까지 생존했다. CAR-T세포를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은 20일 안에 모두 죽었다.

재발 위험 등을 확인하기 위해 CAR-T세포 치료를 받고 생존한 마우스 모델에 첫 투여 3개월 뒤 다시 백혈병 세포를 이식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종양 사멸 효과는 그대로 유지됐다.연구팀은 B세포 림프종, T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등의 동물모델에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CD33·CD19 CAR-T세포와 비교했더니 다른 CAR-T세포는 특정 혈액암에만 효과가 있었지만 CD45 CAR-T세포는 모든 혈액암에 효과가 있었다.

이번 연구에도 한계는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에피토프의 아미노산 서열을 편집하는 방식을 활용했는데 실험에 활용한 마우스 모델과 사람 간 서열엔 차이가 있다. 사람에게도 그대로 재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연구를 좀더 구체화하기 위해 영장류 대상 실험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FDA로부터 사람 대상 임상 1상 시험 승인을 받기 위해 추가 독성연구 등을 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9월 4일 17시 04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