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불참에 G20 위상 '흔들'…中 없이는 실존적 위협 직면"
입력
수정
"10년간 G20 회원국 다수 中에 등 돌려"
장관급 회의서도 공동 성명 도출 못해
"印견제용" 분석도 "브릭스 결속력 낮아"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번 G20 정상회의 준비 작업에 관여해 온 한 서방국 관리는 시 주석의 불참 소식과 관련해 “그들(중국)은 일 년 내내 준비해 온 우리의 공동 작업을 방해하는 데 몰두해 왔고, (시 주석의 불참은) 이를 증명하는 행보”라고 말했다.최근 몇 년 새 미‧중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한국, 일본, 독일 등 G20 내 친미 성향 국가들이 중국과 긴장 관계를 형성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중국 외교 정책 전문 싱크탱크인 카네기차이나의 폴 해넬 디렉터는 “지난 10년간 G20 회원국 다수가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며 “이는 (시 주석에게는) 냉정한 일”이라고 짚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러시아가 공동 전선에서 이탈하면서 G20이 사실상 제 기능을 못 하게 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여기에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대립의 골이 깊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의료‧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를 주제로 열린 일련의 장관급 회의에서 모든 G20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합의된 공동 성명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선진국과 개도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각국의 책임 분담 문제를 놓고 극심한 이견을 노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중국의 부재는 곧 이 협의체의 존폐와 직결된 문제다. 중국 정상이 G20 정상회의에 불참하는 건 최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쉬 립스키 수석 디렉터는 “중국의 동의 없이 (개도국) 채무 재조정 협상 등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가”라며 “(시 주석의 불참으로) G20의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생존 가능성과 성공에 의문 부호가 찍혔고, G20의 미래에는 실존적 위협이 드리워졌다”고 짚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제경제 담당 보좌관을 지냈던 대니얼 프라이스는 “시 주석의 결정은 모디(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끄는 G20 지도부에 대한 명백한 모욕일 뿐 아니라,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협의체)가 과대 선전됐으며 여전히 회원국 간 결속력이 약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해넬 디렉터도 “G20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중국의 글로벌 의제 형성 능력만 약화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