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불참에 G20 위상 '흔들'…中 없이는 실존적 위협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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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G20 회원국 다수 中에 등 돌려"오는 9~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불참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G20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두루 참여하는 ‘다자 협력의 상징’과도 같았던 G20이 “실존적 위협”에 직면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장관급 회의서도 공동 성명 도출 못해
"印견제용" 분석도 "브릭스 결속력 낮아"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번 G20 정상회의 준비 작업에 관여해 온 한 서방국 관리는 시 주석의 불참 소식과 관련해 “그들(중국)은 일 년 내내 준비해 온 우리의 공동 작업을 방해하는 데 몰두해 왔고, (시 주석의 불참은) 이를 증명하는 행보”라고 말했다.최근 몇 년 새 미‧중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한국, 일본, 독일 등 G20 내 친미 성향 국가들이 중국과 긴장 관계를 형성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중국 외교 정책 전문 싱크탱크인 카네기차이나의 폴 해넬 디렉터는 “지난 10년간 G20 회원국 다수가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며 “이는 (시 주석에게는) 냉정한 일”이라고 짚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러시아가 공동 전선에서 이탈하면서 G20이 사실상 제 기능을 못 하게 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여기에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대립의 골이 깊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의료‧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를 주제로 열린 일련의 장관급 회의에서 모든 G20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합의된 공동 성명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선진국과 개도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각국의 책임 분담 문제를 놓고 극심한 이견을 노출한 것으로 전해진다.중국이 국경 분쟁 상대국인 인도를 의도적으로 견제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인도는 올해 G20 의장국이다. 인도 싱크탱크인 아난타아스펜센터의 인드라니 바그치 센터장은 “중국은 거의 모든 문제에서 합의에 이르는 것을 반대해 왔다”고 말했다.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이탈리아‧캐나다 등 G7에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중국‧호주‧사우디아라비아‧아르헨티나‧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멕시코‧브라질‧인도‧러시아‧튀르키예 등 12개 신흥국이 더해진 G20은 2008년 출범 이래 다자간 협의체의 ‘정점’으로 기능해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태동한 만큼 글로벌 경제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협의체라는 성격이 짙다.
이 때문에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중국의 부재는 곧 이 협의체의 존폐와 직결된 문제다. 중국 정상이 G20 정상회의에 불참하는 건 최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쉬 립스키 수석 디렉터는 “중국의 동의 없이 (개도국) 채무 재조정 협상 등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가”라며 “(시 주석의 불참으로) G20의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생존 가능성과 성공에 의문 부호가 찍혔고, G20의 미래에는 실존적 위협이 드리워졌다”고 짚었다.중국 정부는 시 주석의 불참 여부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일 “향후 적절한 시기에 시 주석의 순방 일정을 밝힐 것”이라고만 했다.일각에선 G20 불참 결정이 중국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부재를 틈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이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에 대항하는 경제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는 근거에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번 G20 정상회의를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를 상대로 ‘가치 외교’에 나설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제경제 담당 보좌관을 지냈던 대니얼 프라이스는 “시 주석의 결정은 모디(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끄는 G20 지도부에 대한 명백한 모욕일 뿐 아니라,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협의체)가 과대 선전됐으며 여전히 회원국 간 결속력이 약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해넬 디렉터도 “G20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중국의 글로벌 의제 형성 능력만 약화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