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우르르 몰려오더니…" 카페 사장이 겪은 '황당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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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사장님' 활개…강력범죄 우려도서울 안암동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왔다”며 그가 운영하는 가게에 대학생 열 명이 10분 간격으로 들이닥친 것. 이들은 모두 구인·구직 사이트 ‘당근알바’에 올라온 아르바이트생 모집 글을 보고 찾아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정작 김 씨는 구인 공고를 올린 적이 없었지만, 사이트엔 누군가가 가게 주인처럼 행세하며 사람을 구한다는 글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김 씨는 “손님 받기도 모자란데 아르바이트 면접자들이 들어와 어안이 벙벙했다”고 했다.
온라인 구인·구직 앱에서 '가짜 사장님'이 활개를 쳐 문제가 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을 뽑는다는 허위 글을 올려 면접 일정까지 잡아 사장님과 구직자를 곤란에 빠트리는 식이다. 일부 앱에서 사업자 확인 절차가 허술한 점을 파고든 것인데, 자칫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구인·구직 앱 사용자 수는 약 400만명에 달한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약 40%로 가장 많았고 성별로는 여성(58%)이 남성(42%)보다 많았다. 일부 구인·구직 앱에선 실제 사업자가 아니더라도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사회 경험이 부족하고 강력범죄에 취약한 20대와 여성이 주로 이용하다 보니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5월 부산에선 중학생 학부모가 과외 선생님을 구하는 것처럼 위장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잔혹하게 살해한 이른바 ‘정유정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 씨는 이번 사건을 ‘단순 해프닝’으로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씨의 가게 이름으로 올라온 구인 공고 글엔 카페 모습이 담긴 사진까지 첨부돼있었다. 가짜 사장은 학생들과 태연하게 연락을 주고받다 학생들이 “가게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보내자 곧바로 잠적했다. 김 씨는 “가게를 찾아온 학생들이 모두 20대 초반 여학생이었다”고 했다.경찰 관계자는 "김 씨에게 악감정을 가진 사람이나 인근 경쟁업체가 이 같은 일을 벌였을 수 있다"며 "허위 글을 올린 사람에겐 형법상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사칭 문제’ 전반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엔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 계정을 거래하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 문제가 됐다. 블라인드는 직장을 옮긴 이들이 과거 회사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