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운동 왜 했나"…바디프로필 찍고 후회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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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거면 왜 그렇게 탈모가 생길 정도로 식단조절하는 등 아등바등했는지 후회돼요."
최근 세대를 막론하고 탄탄한 몸매를 만들어 촬영하는 '바디프로필'이 유행한 지 꽤 오래다.전문가들은 짧은 기간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근육에 무리가 가고 신장 기능까지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SNS에는 바디프로필 게시물이 넘쳐난다.
바디프로필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의 기간을 투자하는 중장기 프로젝트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와 혹독한 마음가짐이 필수다. 하지만 뿌듯해야 할 바디프로필 보정본을 받아보고 도리어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30대 초반 직장인 A 씨는 다이어트를 위해 헬스장에 등록했으나 변화하는 자신의 몸에 자신감을 느꼈고 트레이너의 제안에 세미누드 바디프로필 촬영을 하기로 했다.A 씨는 약 8개월간 후를 D데이로 정하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닭고야(닭가슴살, 고구마, 야채)만 먹었고 간식은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아울러 트레이너의 지도 아래 등·이두, 가슴·삼두·어깨, 하체 3단위로 분리해 주 10시간 이상 운동했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참고 회식 자리에도 불참해가며 노력한 끝에 마침내 바디프로필 촬영을 했고 메이크업과 의상준비, 촬영비용까지 총 120만원이 소요됐다.
고된 여정을 마친 A 씨는 후련했다. 바디프로필 준비 기간 중 영양 불균형과 고된 운동으로 탈모까지 경험했지만 자신이 흘린 땀방울이 고스란히 몸 곳곳에 담겨 있다고 생각이 됐다.지루한 기다림 끝에 바디프로필 보정본을 받은 A 씨는 극도의 절망감을 느꼈다. 몸매가 생각만큼 완벽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였다.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은 촬영 당시 자신이 찍은 셀카 사진과는 사뭇 달랐다. 복근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강력한 수분조절에도 불구하고 왕자 복근이 이정도로 선명하지는 않았었는데 사진 속 A 씨는 복부는 울룩불룩한 초콜릿 복근으로 변신해 있었다. 허리가 더욱 잘록해지고 얼굴이 작아졌음은 물론이다.
뒤태는 더욱 심했다. 평소 자신 있다고 여겼던 엉덩이 라인이었지만 사진 속 A씨는 실제보다 더 애플힙이었고 등 근육도 울룩불룩했다.
포토샵의 힘으로 완성된 바디프로필을 보자 말할 수 없는 허탈감이 몰려왔다.A 씨는 트레이너에게 하소연했다. "이렇게 보정으로 다 만들어낼 수 있는 거면 그동안 전 뭐 하러 그 고생을 한 거죠?" 바디프로필 촬영 당일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는 등 혹독한 수분조절까지 한 A 씨가 바디프로필 완성도를 위해 그동안 얼마나 예민해지고 힘들었는지 지켜본 B 트레이너는 "원래 트레이너들도 보정한 사진으로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장점을 더욱 극대화시켜주는 거다"라고 위로했다.
B 트레이너는 "실제 최근 바디프로필 찍는 스튜디오들이 대부분 사진 보정으로 몸매를 가다듬어 준다"면서 "복근을 만드는 건 가장 손쉬운 작업이라더라. 기본적으로 운동을 통해 몸을 만들어야 더 완성도 높은 사진이 나오는 건 당연하겠지만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돈을 더 내고 요청하면 자신이 원하는 몸매로 만들어 준다"고 귀뜸했다.트레이너 B 씨는 한경닷컴에 "A 씨에게 운동 슬럼프가 온 탓인지 바디프로필 찍은 후 한동안 운동을 하러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바디프로필 보정 전후를 비교하는 사진이 종종 화제가 된다.
여성의 경우 빈약한 가슴은 볼륨 있게, 남성의 가슴은 좀 더 탄탄하고 입체감 있어 보이게 보정됐다. 살짝 나온 뱃살도 감쪽같이 사라졌으며 허리는 잘록해졌다. 밋밋한 복근이 초콜릿 복근으로 바뀐 것은 물론이다.
네티즌들은 "저 정도면 맥주 3캔에 소시지 맘껏 먹은 나도 바로 가면 찍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웃지 못할 반응을 보였다. "포토샵으로 보정한 거니까 몸 망쳐가며 한 건 아니지 않나. 건강한 바디프로필이라고 부르자"는 신박한 제안도 있었다.
최근 2030 젊은 층 사이에서 바디프로필은 단순히 건강을 위한 운동을 넘어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 됐다.
한때 방송가를 휩쓸던 '몸짱 아줌마' 정다연 씨는 39세 평범한 주부임에도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매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잘록한 허리 탱탱한 엉덩이 등으로 표출되는 S라인은 20대의 전유물이라는 당시 시각 때문이었을까. '몸짱 아줌마' 출현 후 20년이 지난 지금 신체 나이가 2030 못지않은 40대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어느덧 50대가 된 정다연 씨는 운동을 하기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안 된다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면서 "운동을 한 후 체력은 물론 정신 건강이 좋아졌고, 삶에 대한 열정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체중 감량과 아름답고 건강한 몸매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도전 자체로 인생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는 것. 운동의 참된 목적은 사진 속 완벽한 나를 그려내는 것이 아닌 현실의 나를 채워가는 과정이 아닌지 생각하게 하는 조언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최근 세대를 막론하고 탄탄한 몸매를 만들어 촬영하는 '바디프로필'이 유행한 지 꽤 오래다.전문가들은 짧은 기간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근육에 무리가 가고 신장 기능까지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SNS에는 바디프로필 게시물이 넘쳐난다.
바디프로필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의 기간을 투자하는 중장기 프로젝트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와 혹독한 마음가짐이 필수다. 하지만 뿌듯해야 할 바디프로필 보정본을 받아보고 도리어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30대 초반 직장인 A 씨는 다이어트를 위해 헬스장에 등록했으나 변화하는 자신의 몸에 자신감을 느꼈고 트레이너의 제안에 세미누드 바디프로필 촬영을 하기로 했다.A 씨는 약 8개월간 후를 D데이로 정하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닭고야(닭가슴살, 고구마, 야채)만 먹었고 간식은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아울러 트레이너의 지도 아래 등·이두, 가슴·삼두·어깨, 하체 3단위로 분리해 주 10시간 이상 운동했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참고 회식 자리에도 불참해가며 노력한 끝에 마침내 바디프로필 촬영을 했고 메이크업과 의상준비, 촬영비용까지 총 120만원이 소요됐다.
고된 여정을 마친 A 씨는 후련했다. 바디프로필 준비 기간 중 영양 불균형과 고된 운동으로 탈모까지 경험했지만 자신이 흘린 땀방울이 고스란히 몸 곳곳에 담겨 있다고 생각이 됐다.지루한 기다림 끝에 바디프로필 보정본을 받은 A 씨는 극도의 절망감을 느꼈다. 몸매가 생각만큼 완벽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였다.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은 촬영 당시 자신이 찍은 셀카 사진과는 사뭇 달랐다. 복근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강력한 수분조절에도 불구하고 왕자 복근이 이정도로 선명하지는 않았었는데 사진 속 A 씨는 복부는 울룩불룩한 초콜릿 복근으로 변신해 있었다. 허리가 더욱 잘록해지고 얼굴이 작아졌음은 물론이다.
뒤태는 더욱 심했다. 평소 자신 있다고 여겼던 엉덩이 라인이었지만 사진 속 A씨는 실제보다 더 애플힙이었고 등 근육도 울룩불룩했다.
포토샵의 힘으로 완성된 바디프로필을 보자 말할 수 없는 허탈감이 몰려왔다.A 씨는 트레이너에게 하소연했다. "이렇게 보정으로 다 만들어낼 수 있는 거면 그동안 전 뭐 하러 그 고생을 한 거죠?" 바디프로필 촬영 당일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는 등 혹독한 수분조절까지 한 A 씨가 바디프로필 완성도를 위해 그동안 얼마나 예민해지고 힘들었는지 지켜본 B 트레이너는 "원래 트레이너들도 보정한 사진으로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장점을 더욱 극대화시켜주는 거다"라고 위로했다.
B 트레이너는 "실제 최근 바디프로필 찍는 스튜디오들이 대부분 사진 보정으로 몸매를 가다듬어 준다"면서 "복근을 만드는 건 가장 손쉬운 작업이라더라. 기본적으로 운동을 통해 몸을 만들어야 더 완성도 높은 사진이 나오는 건 당연하겠지만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돈을 더 내고 요청하면 자신이 원하는 몸매로 만들어 준다"고 귀뜸했다.트레이너 B 씨는 한경닷컴에 "A 씨에게 운동 슬럼프가 온 탓인지 바디프로필 찍은 후 한동안 운동을 하러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바디프로필 보정 전후를 비교하는 사진이 종종 화제가 된다.
여성의 경우 빈약한 가슴은 볼륨 있게, 남성의 가슴은 좀 더 탄탄하고 입체감 있어 보이게 보정됐다. 살짝 나온 뱃살도 감쪽같이 사라졌으며 허리는 잘록해졌다. 밋밋한 복근이 초콜릿 복근으로 바뀐 것은 물론이다.
네티즌들은 "저 정도면 맥주 3캔에 소시지 맘껏 먹은 나도 바로 가면 찍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웃지 못할 반응을 보였다. "포토샵으로 보정한 거니까 몸 망쳐가며 한 건 아니지 않나. 건강한 바디프로필이라고 부르자"는 신박한 제안도 있었다.
최근 2030 젊은 층 사이에서 바디프로필은 단순히 건강을 위한 운동을 넘어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 됐다.
한때 방송가를 휩쓸던 '몸짱 아줌마' 정다연 씨는 39세 평범한 주부임에도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매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잘록한 허리 탱탱한 엉덩이 등으로 표출되는 S라인은 20대의 전유물이라는 당시 시각 때문이었을까. '몸짱 아줌마' 출현 후 20년이 지난 지금 신체 나이가 2030 못지않은 40대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어느덧 50대가 된 정다연 씨는 운동을 하기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안 된다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면서 "운동을 한 후 체력은 물론 정신 건강이 좋아졌고, 삶에 대한 열정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체중 감량과 아름답고 건강한 몸매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도전 자체로 인생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는 것. 운동의 참된 목적은 사진 속 완벽한 나를 그려내는 것이 아닌 현실의 나를 채워가는 과정이 아닌지 생각하게 하는 조언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