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떨어지는 프랑스 학생들…정부 "읽기·쓰기 강화"

초등 1학년 매일 2시간 읽기·3학년은 주 1회 작문 제안…현장선 '난색'
학생 수도 지속해서 감소…교원 감축·학급 규모 축소 등 고민
프랑스 정부가 4일(현지시간) 새 학기 시작을 맞아 학생들의 기초 학력을 증진할 방안 마련에 나섰다. 프랑스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유럽이나 국제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는 위기감 탓이다.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가브리엘 아탈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지식의 충격'이라는 기치 아래 새로운 교육 개혁안을 제시했다.

저학년 학생들에게 읽기, 쓰기, 산수 교육을 강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아탈 장관은 "그동안 다소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유럽이나 국제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국제 평가에 따르면 프랑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다른 나라 학생보다 1년 정도 뒤처져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6학년(한국식 중1)에서는 학생 3명 중 1명이 수학과 프랑스어에서 필요한 수준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8년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따르면 프랑스 학생들(15세 기준)의 읽기 능력은 493점으로, OECD 회원국 평균 점수인 487점을 가까스로 넘겼다. 그해 한국 학생들의 점수는 514점이었다.

수학 능력은 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의 2019년도 수학·과학 성취도 평가(TIMSS) 결과 프랑스 초등학교 4학년(CM1)의 수학 평균 점수는 485점으로 유럽 평균인 527점에 한참 뒤떨어졌다. 이 평가에서 한국 학생들의 성취도는 600점으로 나왔다.

이에 아탈 장관은 우선 초등학교 1학년의 읽기 시간을 매일 2시간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단어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초등 2학년생들은 긴 글을 읽게 하고, 3학년생들은 매주 최소 1회 작문을 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난색을 보인다.

초등학교 1학년을 가르치는 한 교사는 하루에 2시간씩 책을 읽히는 방안에 대해 "불가능하다"며 "아이들에겐 너무 긴 시간"이라고 말했다.

3학년생을 가르치는 한 교사도 "글쓰기를 충분히 하지 않는 게 사실인데, 작문에 몇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단순히 학습 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학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OECD의 교육 전문 분석가인 에릭 샤르보니에는 "수업 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이를 달성할 수 없다.

교육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며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력 수준 저하에 이어 학생 수 감소 또한 프랑스 교육 당국이 맞닥뜨린 문제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2010년 이후 출생아 수가 꾸준히 감소해 2021년∼2022년 사이 5만8천명이 줄었고, 올해는 7만3천명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는 계속돼 내년부터 2027년 사이엔 22만4천명이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로서는 교원 감축과 학급 규모 축소 등 변화를 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