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선생님 안 오셨지만 이해해요"…서이초 교사 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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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초등학교 곳곳에서 '단축수업' 결정교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 교사의 49재인 4일. 전국 학교에서 상당수 교사가 병·연가를 내고 추모의 날을 가진 가운데,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도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자녀 교외체험학습 제출해 동참하기도
4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많은 교사가 연·병가를 통해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했다. 부산에서는 초등교사 가운데 1600여 명, 인천에서는 2000여 명이 연가·병가 등으로 자리를 비운 것으로 추산된다.다수 학교가 학사 일정을 조정해 단축수업을 시행했다. 서초구 방배동 방일초는 3~6학년 학생들의 수업이 5교시에서 4교시로 단축됐다. 평소보다 1시간 빠른 12시 40분에 하교한 6학년 채모양은 “6학년 6개반 중 3개반의 담임선생님이 오지 않았다”며 “우리 반 선생님도 오지 않아 옆반 선생님이 다큐멘터리 영상을 틀어줬다”고 설명했다.
6학년 한모양은 “서이초 선생님 추모를 하는 날이라 일찍 하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역시 교사들의 연·병가를 이해한다는 분위기다. 학교 앞에서 3학년 손자의 하교를 기다리던 한모씨는 “어린 교사를 보내려고 하는 날인데 당연히 일찍 끝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꺼이 아이를 조금 더 데리고 있겠다”고 말했다.정문 앞에서 4학년 아들을 기다리던 이모씨 역시 “오늘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학교에 나오시지 않으셨다”며 “서이초 교사에 대한 일을 잘 몰랐는데, 교사들의 집단행동이 고인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서초구 반포동 잠원초에서도 자녀의 체험학습 신청을 통해 추모에 동참하는 학부모가 많았다. 3학년 학급 가운데는 10명 이상이 체험학습 등으로 학교에 나오지 않은 반이 3곳 이상 있었다.이날 추모 공간이 마련된 서이초에는 교사이자 학부모로 방문한 추모객들이 많았다. 서울 소재 초등학교 교사인 김모씨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두 딸을 데리고 서이초에 방문했다. 김씨는 “출근하는 학교에는 병가를 제출하고, 자녀들은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해 함께 추모하러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선 교사들은 공교육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49재만을 보고 달려왔는데, 교육부는 되려 교사들을 향해 징계하겠다고 했다”며 “교사들의 분노가 사그라들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함께 온 초등 교사 이모씨 역시 “교육당국이 교사들과 간담회를 열고 있지만 민원 대응 방식 등에 대한 교사들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계속해서 모이고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