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넘어선 지젤의 용서

[arte] 손태선의 그림과 발레 사이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는 것이며, 고칠 수 없는 것은 참을 수밖에 없고, 웃으면 온세상이 함께 웃을 테지만, 울면 혼자 울게될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시인 월콕스의 시이다. 지젤이 이 시를 읽었다면 극단적인 선택까지는 하지 않았을텐데…. 이 시를 접한 우리들은 행운이다.

지젤은 1막과 2막으로 나뉘어진 낭만발레의 대표작이다. 1막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의 배신에 죽음으로 맞서고, 2막은 죽어서도 사랑했던 사람에 집착해 끝내 사랑을 쟁취하는 여정이다. 1막의 무대는 독일 라인강 유역의 포도 재배숲속 마을이다. 지젤의 맞은편에는 루아(알베르트의 가명)의 임시 거처가 보인다. 청년 백작 알브레히트는 사냥을 나왔다가 우연히 본 지젤의 미모에 반해 그녀를 유혹하기 위해 루아 라는 가명으로 지젤의 앞집을 빌린다. 루아의 적극적인 구애. 꽃미남인 루아가 싫지 않은 지젤. 둘은 자연스레 사랑에 빠진다.

발레에서는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 어김없이 파드뒈(둘이 추는 춤)가 나온다.
사랑에 빠진 지젤과 알브레히트
사랑의 세레나데와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 어여쁜 지젤은 마을에서도 인기가 많다. 힐라리온 이라는 마을의 사냥꾼 역시 지젤을 짝사랑하고 있다. 힐라리온이 지젤과 루아의 관계를 질투하며,루아의 뒷조사를 한다. 알고 보니 루아는 알베르드 라는 백작이었으며 약혼녀도 있었다. 힐라리온이 마을 축제때 이 사실을 밝히자 충격을 받은 지젤은 그 자리에서 실성하여 자살한다.(그녀가 받은 충격과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간 알베르트의 남은 삶은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인가.)이렇게 하여 1막에서의 지젤은 어여쁜 시골 처녀가 주인공이다.(발랄한 이미지의 지젤)

2막의 무대는 지젤의 묘지가 있는 어두운 숲속이다. 윌리들(Willis 처녀귀신들)은 결혼 전에 억울하게 죽은 유령들이다. 자정부터 새벽까지 무덤에서 나와 쉴새 없이 춤을 추며, 자신들의 매력에 빠진 총각들을 지옥으로 끌어들여 죽게 만들어 자신들의 한을 푼다.
알브레히트가 지젤의 묘지에 왔다. 윌리들은 알브레히트를 죽이려고 그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알브레히트를 아직 사랑하는 지젤은 그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그가 쓰러지지 않도록 그와 함께 사랑의 춤을 춘다.
윌리들을 표현한 그림
지젤이 가진 사랑의 힘 때문에 윌리들의 여왕인 미르타의 힘이 발휘되지 못한다.(사랑의 힘은 이렇게 위대하다.) 새벽이 되어 윌리들은 다시 무덤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알브레히트는 살아남는다. 지젤 역시 윌리들과 함께 사라졌지만 알브레히트는 지젤을 느끼고 있다. 그녀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는지 깨닫고 그녀의 무덤을 끌어안으며 참회한다.
알브레히트와 다시 만난 지젤윌리
뭔가를 망쳤다면 사과하라.('누군가를 죽였다면 사과하라'가 되나 지젤에서는….ㅎㅎ)사과는 끝이 아니라 다시 할 수 있는 시작이다. 물론 누구도 죽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죽기 전에 사과하자. 그리고 누군가 사과한다면 또 용서하고 용서하자. 상대방에 대한 용서는 나에 대한 사랑이다. 즉 용서는 나를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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