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민심 얻어야 총선 대승…공천, 당 결정 따를 것"[인터뷰]

"무소속 출마? 내 인생에 탈당·무소속은 없다"
"당 결정 따르겠지만…당선 가능성 설득하고파"

엇갈리는 '윤심' 해석엔…"尹, 여론 살펴 결정"
"정치 판결한 김명수 사법부가 이번 선거 원인"
조국 딸 기소엔 "성인으로서 책임지면 된다"

"구청장 선거 아닌 총선? 국민과 약속이 먼저"
"국민 마음 얻으면 총선에서도 크게 승리"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사진 = 김태우 예비 후보 선거사무소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총선 전초전이 될 수 있다'는 평가에 정치권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선거지만, 여야 대진표가 확정되지 않아 선거전 열기는 아직 느껴지지 않고 있다.

김 전 구청장은 5일 그의 선거사무소에서 진행한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 공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당의 어떠한 결정에도 따를 것"이라면서도 "제가 강서구청장 선거에 나오면 왜 충분히 당선이 가능한지 설득력 있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강서구청장 후보자로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을 전략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이 일사천리로 진 전 차장을 공천한 데는 김 전 구청장의 사면·복권도 영향을 미쳤다. 김 전 청장이 출마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민주당 내에 위기감이 확산했고, 경선 대신 '전략 공천'을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간 '무공천'에 방점을 찍어왔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의 사면을 계기로 여당 내에서도 '공천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서구가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지만, 이미 한 차례 당선된 이력이 있는 '전직 구청장'이라면 겨뤄볼 만하다는 것이다. 지도부는 자칫 공천했다 선거에서 질 경우의 리스크와 김 전 구청장 사면을 결정한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사이에서 장고에 들어갔다.

○지도부 고심에…"난 검증된 구청장, 좋은 여론 덕에 '사면'"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지난 4일 저녁 염창역에서 강서구 구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김태우 강서구청장 예비 후보자 선거사무소
사면·복권 직후 '강서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김 전 구청장은 선거전에 시동을 걸었다. 예비 후보 등록과 선거사무소 개소식까지 마친 그는 매일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역에서 구민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전 청장의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하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전 구청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혹자는 제가 당에 반발해서 무소속으로라도 나가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제 인생에 탈당이나 무소속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선 자신이 이미 한 차례 검증된 '힘 있는 구청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구청장 재임 시절, 민주당이 해결하지 못한 강서구의 숙원 사업 ▲화곡 2·4·8동 일대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 선정 ▲방화건폐장 및 5호선 차량기지 이전 등을 이뤄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전 구청장은 "숙원사업을 달성했기에, 밑바닥 민심이 좋다. '지역을 바꾼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면서 "저는 중앙정부와 네트워크가 좋다. 예산을 끌어오는 것, 인허가 등 행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힘 있는 구청장"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윤심'에 대해선 어떨까. 김 전 구청장은 "대통령이 국민 여론을 살펴보고 사면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통령이 3개월 만에 사면을 결정한 데 대해 '여론의 힘'을 들었다. 그는 "제가 사면이 된다, 안 된다 말이 많았지만, 여론이 좋았기 때문에 된 것이다. 복수의 시민단체들로부터 사면 대상자로 추천을 받은 것으로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구청장은 나아가 자신의 '유죄' 판결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저와 관련된 문제로 보궐 선거를 치르게 되어 죄송하게 생각하다"면서도 김명수 사법부가 정치적 보복 판결을 했다"고 비판했다. '정치 판결을 내린 김명수 사법부가 이번 보궐선거의 진정한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김 전 구청장은 민주당이 보궐선거 비용 40억원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는 "저는 이미 2조원 이상의 이익을 강서구민께 안겨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방화동 건폐장 및 5호선 차량기지 이전만 하더라도, 한강변 11만평의 가치를 계산하면 1조원 정도 된다"며 "목 디스크 걸려 가며 열심히 일해서 안겨드린 것이다. 앞으로 3년 더 일하면 더 큰 이익으로 돌려드릴 확신이 있다"고 했다.


○ 조국 향해 "본인의 자식만 소중하냐…내 딸은 젖먹이였다"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공익 신고를 한 일로 자신의 가족들도 아픔을 겪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후회는 없고, 돌아간다해도 또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자신이 '폭로자'라는 것과 폭로 내용까지 모두 공개된 상황에서 꼭두 새벽에 자택 압수수색을 들어왔던 일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며 당시 두 돌된 딸과 노모에게 큰 충격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를 지켜보는 심정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조국 씨 자식만 소중한가. 그의 자녀들은 이미 성인이지 않나. 우리 딸은 그야말로 젖먹이였다"며 "(조국 씨 자녀들은) 성인으로서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나이다. 그 행동에 책임을 지면 된다"며 "온정주의를 베푼다거나,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런 게 아니라 자기 행동에 따르는 책임을 지는 게 상식이다"라고 말했다.


○ "제 1심 유죄 알고도 뽑아준 구민들에 은혜 갚아야"

김 전 구청장은 당 안팎에서 '이번 구청장 선거가 아니라, 내년 총선에서 출마하라'는 권유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에 대해선 "지금 당면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모든 신경을 쓰고 있다"며 "솔직히 모든 선출직 공직자의 꿈은 국회의원 배지지만, 저는 국민과 약속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전 구청장은 "제가 1심에서 유죄를 받고도 구청장에 당선이 됐다. 국민들께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라며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지역의 숙원사업을 해결해온 것처럼 나머지 3년을 구청장으로 일하면서 강서구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전 구청장은 "제 명예는 국민들과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그렇게 했을 때 총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강서구는 서울에서 두 번째로 큰 구이고, 국회의원 자리도 3개나 있다"면서 "제가 여기서 일을 잘해서 국민들의 마음을 얻으면 반드시 총선에서도 크게 승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검·경 대리전? 흥행용 프레임…검찰 수사관은 내 전전전 직업"

정치권에서는 진교훈 민주당 후보와 김 전 청장의 대결이 성사되면 '검·경 대리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 전 청장은 이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검찰도 고생하고, 경찰도 고생하는데 자꾸 싸움을 붙이는 것이 좋지 않다는 지적부터 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흥행 위주로 보도를 한다"며 "나의 직전 직업은 구청장, 전전 직업은 유튜버 겸 시사평론가, 그리고 전전전 직업이 검찰 수사관이다"고 꼬집었다. 엄밀히 말해 '검찰 대 경찰'이 아니라 '전 행정가 대 전 경찰 간부'의 대결이라고 칭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 수사관은 전전적 직업이고, 전 완전히 바뀐 사람"이라며 "전전전 직업을 가지고 프레임을 짜는 건 흥행만 노리는 얕은 생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 전 청장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진교훈 전 차장에 대해서는 "강서구에 대한 기여도가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구청장은 행정가로서 복지, 개발, 문화 등과 관련한 일을 하는 자리"라며 "치안을 하는 곳이 경찰서인데, 강서구에는 이미 경찰서장이 있기 때문에 치안 전문가는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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