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잡음 사태로 힘 뺀 부산국제영화제…올해 공식 초청작 줄어

코로나19 이전보다 100편 감소, 지난해 영화제 대비 33편 감소
비프포럼 행사 취소…"내홍 사태 스폰서 확보 어려워 예산 축소"
내달 4일 개막하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예전에 볼 수 없는 초라한 모습으로 열리게 됐다. 지난 5월 영화제 준비로 한창이어야 할 때 허문영 집행위원장 돌연 사퇴 등 내부 인사잡음과 개혁을 놓고 두 달 넘게 다른 곳에 힘을 소진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5일 오후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개·폐막작을 비롯해 올해 영화제 영화 초청 편수와 행사 일정 등을 발표했다.

올해 공식 초청작은 69개국 209편이다. 이는 지난해 71개국 242편에 비해 33편이 줄었다.

코로나19 이전 300편 안팎이 됐던 것에 비하면 100편가량 줄어든 것이다.

세계 영화의 흐름 등을 짚어보던 비프포럼도 올해는 개최하지 않는다. 남동철 집행위원장 대행은 "올해는 여러 어려움이 있어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고 영화와 직접 연관된 이벤트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준비했다"며 "물론 비프포럼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고 중요한 행사지만 어쩔 수 없이 쉬어가기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운영 예산도 스폰서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제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 자리서 "올해 예산 규모는 109억4천여 만원으로 영화제 내홍 사태 영향으로 인해 스폰서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고 이 여파를 반영, 전체적으로 예산 규모를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제 사태로 인한 스폰서 확보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들도 어렵고 영화산업도 어려워진 점 등 일반적인 여건 악화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제 측은 인사잡음과 함께 벌어진 허 전 집행위원장의 직장 내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부산성폭력상담소와 성희롱예방센터 등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강승아 부집행위원장은 "피신고 조사에 아직 응하지 않아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 줄 것을 허 전 집행위원장에게 영화제 이사회 명의로 요구서를 발송할 예정"이라며 "영화제 측은 성추행 전수조사 등 사건 재발 방지를 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5월 초 운영위원장 직제를 신설하고 이 자리에 조종국 위원장이 취임하자 이에 반발한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두 달여 동안 내홍을 겪었다. 올해 영화제는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가 집행위원장을 대행하기로 했고, 향후 영화제 개혁을 단행할 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