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푸틴 만나러 간다…핵잠기술·포탄 거래할 듯

내주 블라디보스토크서 회담
러 국방 "北과 연합훈련 논의"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본격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르면 다음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무기 거래를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사상 첫 연합군사훈련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김정은은 오는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 무기 공급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북한 측 선발대가 지난달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방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담이 모스크바에서 열릴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의 방러가 성사된다면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난 이후 4년 만의 외국 방문이 된다.

미 백악관도 이례적으로 김정은의 방러 첩보를 공개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지난달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판매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며 “김정은이 러시아에서 정상급 외교 접촉을 포함해 관련 협상을 이어갈 것을 기대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재래식 무기가 부족한 러시아에 북한이 포탄 등을 공급하고, 대가로 핵 개발 기술을 제공받는 내용의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미 당국자는 “김정은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러시아에 포탄·대전차미사일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인공위성 및 핵추진잠수함 등 핵 개발 기술 이전을 요청할 수 있다”며 “북한은 식량 지원도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북·중·러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논의도 가시화되면서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이 군사적 차원으로 본격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를 반대한 수준에서 군사적 대립 구도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쇼이구 장관은 이날 러시아 매체들과 만나 “북한과의 연합훈련이 당연히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은 23일 개최되는 항저우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