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사우디 원유 감산에 더 커진 中 경기 악화 우려

뉴욕증시 3대 지수 하락…인플레 우려에 채권금리는↑
WSJ "감산 연장, 中 경기 회복 가능성 낮다는 신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연장 결정이 중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5일(현지시간) 제기됐다. 또 고유가 장기화 시 둔화세를 보이는 인플레이션이 반등할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이날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1.14달러(1.3%) 상승한 배럴당 86.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1월 15일 이후 약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우디 에너지부가 지난 7월 시작한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 정책을 12월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힌 게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앞서 러시아도 하루 30만배럴의 석유 수출 규모 축소를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뉴욕 증시는 사우디의 원유 감산 연장 소식에 3대 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전장보다 195.74포인트(-0.56%) 내린 34,641.97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8.84포인트(-0.42%)내린 4,496.83에 장을 마감됐다.

나스닥 지수는 10.86포인트(-0.08%) 내린 14,020.95에 거래를 마감, 14,000선을 지켰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반등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에 채권 금리는 상승했다. 이날 오후 3시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전(前) 거래일 3시 기준보다 9.30bp(1bp=0.01%포인트) 상승한 4.264%에 거래됐다.

일각에서는 원유 가격의 단기적인 상승보다 러시아와 사우디가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원유의 주요 수요처인 중국 경제가 나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이 이번 감산 연장 결정에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유 최대 수출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의 이번 감산 연장 결정으로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월가의 우려가 더욱 커졌다고 이날 보도했다.

그러면서 "유가 상승은 단기에 그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사우디의 감산 연장 배경에는 원유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경기 회복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감산 연장 결정은 중국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에 나서 경기 회복을 도모할 가능성도 작음을 시사한다고 WSJ은 소개했다.

미즈호증권의 로버트 요거 에너지 선물 담당 이사는 "(부양책과 수요 반등은) 시장이 중국에 원하는 것이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라며 "기본적으로 중국 정부는 부양책을 펼칠 여력이 없다"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키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고 확신할 때까지 긴축적인 수준에서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삭소뱅크의 올 한센 원자재전략 책임자는 "더 높은 유가와 더 높은 인플레이션, 더 높은 금리의 장기화 가능성이 있다"며 "이것이 우리가 지금 외줄 타기를 하며 걷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