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미술관, 로렌스 위너 개인전…아시아 최초 '언어조각' 47점 전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개관 5주년을 맞아 ‘개념 미술’의 대가로 꼽히는 로렌스 위너의 개인전 ‘LAWRENCE WEINER: UNDER THE SUN’을 연다. 이번 전시는 2021년 작가 타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이자 아시아 최초의 개인전이다.

뉴욕과 암스테르담을 오가며 작업했던 위너는 칼 안드레, 로버트 배리, 댄 플라빈, 조셉 코수스, 솔 르윗 등과 함께 미니멀리즘과 개념 미술의 흐름에 핵심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196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선보였던 ‘언어 조각’(Language Sculpture) 작업이 대표적이다. 그는 언어를 하나의 물질로 여기고 이를 재료 삼아 조각적 개념을 선보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이번 전시에선 ‘UNDER THE SUN(1999/2000)’과 ‘A BIT OF MATTER AND A LITTLE BIT MORE(1976)’를 포함한 언어 조각 대표작 47점을 선보인다. 다양한 문화적 요소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의 철학을 반영해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고미술 소장품을 함께 전시해 눈길을 끈다. ‘주체와 대상’ ‘과정’ ‘동시적 현실’ 세 가지 주제 아래 펼쳐지는 언어 조각과 고미술품의 어울림을 통해 동서고금의 아름다움을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다.

또 ‘AS FAR AS THE EYE CAN SEE(1998)’를 포함한 7점의 작품을 국문 병기로 설치해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초월하는 확장성도 선보일 예정이다. 작품에 하나의 특정한 의미가 담기는 것을 거부했던 작가의 철학을 반영해 구체적인 작품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인터뷰 등에서 발췌한 작가의 말을 인용해 직접적으로 작가의 예술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대표적인 언어 조각 47점 외에도 에디션 작업, 드로잉, 포스터, 모션 드로잉 등을 통해 위너의 작품 세계 전반을 폭넓게 조망한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기도 하다. 1970년대 초기작 ‘SMASHED TO PIECES(IN THE STILL OF THE NIGHT)(1971)’과 ‘TO SEE AND BE SEEN(1972)’을 비롯해 ‘AN OBJECT TOSSED FROM ONE COUNTRY TO ANOTHER(1988)’ ‘UNDER THE SUN(1999/2000)’ ‘ON VIEW(2020)’ ‘REMOVED FROM VIEW(2020)’로 이어지는 위너의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관계자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언어로 고유한 창작 세계를 구축한 위너의 이번 대규모 회고전을 통해 세상과 문화,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