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해외도피 반체제인사 압박…"국외 여권발급 금지"

루카셴코, 규정 공포…'6연임' 부정 논란 이후 3년간 30만명 고국 등져
벨라루스가 정치적 탄압을 피해 해외로 탈출한 자국민들에 대해 국외 여권 발급을 막는 조치를 단행했다고 AP, AFP 통신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전날 해외에 체류 중인 벨라루스인의 경우 출국하기 전 거주 등록을 했던 지역에서만 여권을 발급받거나 갱신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새 대통령령을 공표했다.

이제까지 벨라루스 국민은 해외에 머무는 중이라도 체류국의 자국 외교 공관에서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여권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권을 갱신하지 못하면 체류국에서의 법적 지위가 위협받을 뿐 아니라 본국의 당국과 마찰을 빚을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AP는 "벨라루스의 언론인들과 활동가들은 2020년 대선 이후 대규모 탄압에 직면했다"며 "억압 속에 해외로 도피한 이들이 귀국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AP에 따르면 2020년 벨라루스 대선 투표 부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당국이 강경하게 진압한 후 3년간 약 20만∼30만명이 고국을 떠났다.

당시 당국은 루카셴코 대통령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야권 인사 수백명을 수감했고, 이에 해외로 도피한 많은 반체제 인사들은 체포를 우려해 귀국을 피해 왔다. 현지 인권단체 '뱌스나'(봄)에 따르면 벨라루스 당국은 현재 약 1천500명의 정치범을 구금 중이다.

2020년 대선 때 루카셴코 대통령에 도전한 뒤 이웃 국가 리투아니아로 망명한 야권 지도자 스뱌틀라나 치하누스카야는 여권 규정 변경 소식과 관련, 재외동포들을 향해 "여권이 만료되더라도 박해받을 위험이 있다면 본국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치하누스카야 측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가 벨라루스인들의 자국 내 체류를 가능케 하는 '외국인 여권'을 발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고 AP는 전했다. 1994년 이후 약 30년간 장기하면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6연임에 성공했다.

벨라루스는 지난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침공로를 내줬다는 이유로 서방의 추가 제재를 받으며 국제적 고립이 심화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