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도 조선백자·공예 봤다면 사랑했을 것" 40대 화각장과 도예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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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X예올 공동 기획전시 '우보만리' 두 작가 인터뷰“그 누구보다도 ‘실용주의 철학’을 가지고 있던 가브리엘 샤넬, 그가 오늘 여기서 이 조선의 백자와 공예를 봤다면 분명 좋아했을 거라 확신합니다.”
쇠뿔로 작업하는 경기도무형문화재 제29호 한기덕
전 세계 단 두 곳 남은 화각공예 전문공방 대 이어
로봇만 알던 '공돌이' "화각공예의 멋 세계로"
일본 전시 한번으로 유명해진 도예가 김동준
"밀려든 주문 고사하고 달항아리에 오로지 매진"
'초심'으로 돌아가 백지 상태에 가까운 백자 제작
"샤넬이 조선의 백자와 공예를 봤다면 분명 좋아했을 것"
“화각이라는 건 국내에도, 심지어 세계에도 하는 사람이 없다"며 “전 세계 오로지 한국밖에 없다는 그 희소성이야말로 화각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경기도 무형문화재 29호로 선정됐다. 두 작가에게 KIAF-프리즈 기간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전시가 열린다는 것은 무엇보다 특별하다. 한국에 몰리는 전 세계 예술 애호가들에게 스스로 지켜 온 한국의 공예를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김동준은 “시절인연이라는 이야기가 있듯, 리움미술관 전시와 대통령 순방 선물 등으로 달항아리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을 때 도예가로서 달항아리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며 “아무리 노력해도 시대가 안 알아주는 작가가 있듯, 나는 시대를 잘 타고났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백지의 상태’에 가까운 백자를 관객에게 선보인다.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그날부터 그는 가마에서 나온 직후 깨 버린 도자기가 셀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수행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초심으로 돌아가 장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기본에 충실한 그릇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단순하면서도 한국인으로서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특징들을 고민하기 위해 조선시대 도자기의 시기와 지역별 디자인의 특징과 차이를 관찰하고 오랜 기간 연습했습니다.” 한기덕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전시 총괄을 맡은 양태오 디자이너와 ‘특별한 컬래버’로 탄생한 작품 세 가지를 내놨다. 전시관 1층에 전시된 협탁, 서랍장과 의자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양태오의 아이디어와 한기덕 장인의 화각이 더해져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화각 가구’가 탄생했다. 이번 공동 작업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그가 20년간 고집해오던 작업 방식을 완전히 깼다는 것에 있다. 한 작가는 “화각 특유의 문양과 색감을 최대한 뺀 것이 인생 처음이다”며 “양태오 디자이너의 ‘화각공예 전형을 탈피해보자’는 제안에 끌려 진행했는데,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관람객에게조차 생소한 황소뿔 공예인 ‘화각'을 전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이번 기회가 즐겁다고 했다. “유일하게 단 한 국가, 한국에서만 제작되는 화각공예의 멋을 샤넬이라는 브랜드와 선보인다는 건 큰 의미"라며 “특히 현대적으로 화각을 새롭게 해석한 양태오 작가와의 작업은 전통적인 공예품도 시대에 맞춰 바뀔 수 있다는 진일보한 새로운 가능성과 대안을 제시한 전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명품을 잘 모르던 두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샤넬 매장을 몇 번이고 찾았다. 김동준은 “전시를 계기로 샤넬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됐는데, 설립자인 가브리엘 샤넬이 펼친 창조와 혁신을 위한 노력, 치열한 삶에 감동했다”며 “무엇보다도 샤넬의 공방과 장인 정신에 대한 존중을 알게 됐고, 더 깊게 체험해 보고 싶어 매장 구석구석을 돌아봤다”고 했다. 한기덕도 “샤넬은 작가에게 그 어떤 것도 요구하거나 개입하지 않았다”며 “필요한 지원만 받으며 부담감 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샤넬과 예올, 그리고 두 장인의 한국의 미를 표현한 전시는 북촌 예올가에서 9월 23일까지다.
최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