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너무 많아 토나와"…군산 초등교사, 축제·친목회까지 맡아

A교사가 지인과 주고받은 메시지/사진=연합뉴스

전북 군산시 동백대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초등학교 교사가 생전에 과도한 업무를 맡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6일 교원노조는 "올해 2월 이 학교로 발령받은 A교사는 상식적인 수준 이상의 과도한 업무를 맡아왔다"며 "가히 살인적"이라고 주장했다. 교원노조에 따르면 A교사는 공식적인 업무인 6학년 담임 외에 방과 후, 돌봄, 정보, 생활, 현장체험학습 외에 학교축제, 친목회 등의 비공식 업무도 담당했다.

특히 A씨가 맡은 정보 업무는 최근 에듀테크와 4세대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으로 복잡하고 새로운 업무가 대부분으로 학교 현장에서 기피 업무로 꼽혀왔다. 생활 업무는 학교 폭력과 학부모 민원을 담당해 교사의 업무 중 가장 고난이도로 분류된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재개된 현장체험학습, 축제, 교사들의 친목회 역시 손이 많이 가는 업무로 꼽힌다. 특히 친목회의 경우 고참이나 중견 교사가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A교사는 기피, 고난이도 업무 와중에 친목회까지 담당했다는 점에서 교원노조는 "상식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했다.

A교사가 생전에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업무가 너무 많아", "교사가 3명인데 다소 '몰빵'(일이 몰렸다) 스멜이", "할일이 (많아서) 토나와", "학교 일이 너무 많고 짜증난다" 등 격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더불어 교장 B씨의 잦은 결재 서류 반려 등으로 A교사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6월 동료 교사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아니 (특정 일을) 갑자기 할 수 있는 거 인정할 수 있어. 그러면 남이 하는 것도 인정을 해줘야지. 왜 내(교장)가 하는 것만 되고 네(A교사)가 하는 건 안 돼' '올해 12월까지 예산안 쓰려는데 못 쓸 거 같아. 다 싫다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어 보려고' 등 교장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또한 동료 교사와 함께 유치원에 있던 가구를 교장 관사에 날라 주는 일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산 초등학교 교사 빈소에 놓인 근조화환/사진=연합뉴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연합뉴스에 "A교사는 전임 학교에서도 교무부장을 맡아 웬만한 업무량은 감당할 수 있는 일 잘하는 교사로 알려진 분"이라며 "그런 사람이 일이 두 세배 많다고 토로한 것을 보면 업무량이 상식적인 수준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런 업무량이라면 퇴근 후에도 업무를 해야 하고, 주말에도 업무를 처리해야 할 정도의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경찰은 A교사의 업무가 과도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학교는 "A교사와 동료 교사가 함께 상의해 업무 분장을 했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올해 2월 인사발령이 난 뒤 지금은 학교를 떠난 전임 교무부장, A교사, 또 다른 교사 1명 세 명이 모여 업무 분장했다"며 "정보 업무의 경우 컴퓨터를 잘 다루는 A교사가 자원해 해당 업무를 맡기로 했고, 다른 교사가 보건 업무를 가져가는 것으로 조정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장체험학습과 축제, 친목회 등 업무도 서로 상의를 해서 정한 것이지 강압적으로 A교사에게 맡긴 것은 아니다"며 "소규모 학교의 경우 기본적으로 한 교사가 여러 업무를 맡기 때문에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업무가 과도해지는 현상을 막을 수는 없다"고 전했다.

이 학교 전교생은 3개반 총 10명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 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 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