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기둔화 속 민영경제 확대 목소리…시진핑에 전략수정 압력"

NYT "시 주석, 지금으로서는 국가통제주의 수정 의사 없어 보여"
최근의 경제 둔화로 인해 공산당 주도의 강력한 통치를 통해 중국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시진핑 국가 주석의 전략에 대한 수정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6일 최근 중국 부동산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와 소비·민간투자·고용 등 경제지표 부진, 지방정부들의 부채 문제 등을 언급하며 시 주석이 기존의 통제를 일부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작년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계기로 '시진핑 집권 3기'가 시작된 이후 중국은 '제로 코로나'를 해제하고 경기 부양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경제지표가 줄줄이 부진하게 나오는 가운데 최근에는 대형 부동산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등의 디폴트 우려까지 부각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한 상태다.

한편에서는 민영기업에 더 많은 재량을 주고 부채 문제로 허덕이는 지방정부에 재정지원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와 국가재정을 바로잡기 위해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 둔화의 경우 일정 부분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정부가 몇 년 전부터 추진한 정책의 결과에 해당하지만, 현재는 중국 경제 전반에 미칠 여파가 우려되고 있다. 민영기업 위축은 알리바바를 비롯한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단속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지만, 현재는 경기 부양을 위해 민영기업 활동을 다시 장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중국분석센터 연구원 닐 토머스는 "매우 불확실한 시기로, 분명히 시 주석 행정부를 둘러싼 자신감이 바닥인 순간"이라면서 "중국 경제가 더 악화할수록 시 주석이 경로를 더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주중 미국대사관 임시대리대사를 지낸 데이브 랭크는 "시 주석이 통제를 좋아하지만 (중국 경제와 관련한) 많은 변화는 일부 통제에 대한 포기를 의미한다"고 보기도 했다. 최근의 경기 둔화로 인해 장기적인 문제들이 부각되고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내부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고 NYT는 평가했다.

민간경제 확대를 주장하는 측은 국가통제주의적 정책은 중국을 막다른 길로 몰아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주장을 담은 글들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시 주석이 기존 전략을 중대하게 수정할 의사가 없어 보이며, 중국 정부도 아직은 부동산업계나 지방정부를 위한 대규모 부양책은 자제하는 상황이라고 NYT는 전했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방정부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세금 등 재정개혁 과정에서 시 주석의 권한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우리가 시 주석이 지나치게 강력하다고 비판하지만, (개혁을 위해) 그가 더 강력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중국을 방문했던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미 CNBC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우려와 관련해 미중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러몬도 장관은 방중 전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100명 넘게 만났다면서 "그들이 대화에 간절하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