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롤라 국내 첫 확진…오미크론과 달리 전파력 낮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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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이력 없어 국내 감염 추정국내에서 일명 '피롤라'로 불리는 코로나19 변이(BA.2.86)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 세계적으로 BA.2.86 확진자가 속속 등장하며 확산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자 일부 과학자들은 실험 결과를 실시간 공유하며 이번 변이가 기존 우세종에 비해 전파력이 확연히 떨어진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오미크론 변이보다 돌연변이 30개 이상 많아
확산 우려에 과학자들 실시간 논의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31일 BA.2.86가 국내에서 1건 검출됐다고 6일 밝혔다. 확진자는 해외이력이 없는 45세 남성으로 국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동거인과 직장 접촉자 중 추가 확진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BA.2.86 변이는 강력한 전파력으로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확진자를 낸 오미크론 변이(BA.2)의 하위변이다. 오미크론 변이와 비교해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30개 이상 있다고 알려져 있어 . 스파이크 단백질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세포에 달라붙는 부위다.
오미크론 변이와 비교해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화가 많다는 것은 이론상 기존 백신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새로운 변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코로나19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공유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윤룽 카오 중국 페킹대 교수는 생명과학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BA.2.86 변이에 대한 분석 결과를 공유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X·트위터)에서 관련 연구자들과 실시간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BA.2.86는 현재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XBB.1.5 변이 감염이나 백신 접종으로 항체가 만들어져도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기존 변이들에 비해 감염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대니얼 셰워드 박사후연구원도 BA.2.86에 대해 기존 백신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카오 교수의 주장을 지지했다. (다만 이들의 실험 결과는 정식 학술지에 발표되거나 동료 리뷰를 거친 결과가 아니다.)
질병관리청도 이들 과학자의 의견과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 숫자가 적어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 감염 속도가 느려 전파력이 떨어지는 변이로 추측된다는 것이다. 질병청은 지속적으로 해외 동향을 살피며 현재의 모니터링 단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실제 지금까지 확진자 추이를 보면 BA.2.86의 전파력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BA.2.86 변이는 7월 24일 덴마크에서 처음 발견된 뒤 현재까지 덴마크 12건, 스웨덴 5건, 미국 4건, 남아프리카공화국 3건, 영국 2건, 프랑스 2건 등 지난 4일까지 전 세계적으로 32건이 확인됐다.한편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17일부터 BA.2.86 변이를 감시 대상에 추가해 감염 사례를 추적하고 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