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맥주 품절사태, 너도나도 일본여행…MZ는 '예스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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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오염수 방류 이후에도 아사히 품귀“아사히 맥주 마셔보고 싶은데…가는 곳마다 품절이라 구경도 못 해봤어요.”
공항엔 일본 여행객으로 '북적'
방일 관광객 셋 중 하나는 한국인
日차량·의류 등 소비재 인기도 계속
“10월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돼 추석 연휴 동안 일본으로 여행 다녀오려고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도 불구하고 일본산 맥주와 의류·차량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라 ‘노 재팬’(No Japan) 불매운동이 일어날까 마음을 졸이던 일본 상품 수입업체들은 되레 호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중이다. 정부의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가까운 일본여행을 희망하는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6일 관세청 무역통계를 분석해보면 지난 7월 일본 맥주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9.0% 증가한 7985t으로 나타났다. 통계가 있는 2000년 이후 7월 기준으로는 가장 많은 양이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내린 2019년 7월(5132t)은 물론이고 바로 직전 해인 2018년 7월(7281t)보다도 많다. 월간 기준으로 일본산 맥주 수입량이 가장 많았던 건 2019년 6월의 9462t이다.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액은 1년 전보다 281.9% 증가한 677만5000달러였다. 7월 수입액 기준으로는 2017년 7월(706만8000달러) 다음으로 많았다.
실제 편의점, 마트 등에서는 아사히, 삿포로, 기린 등 일본산 맥주가 진열대를 점령하고 있다. 오히려 오염수 방류 후 일본산 맥주 판매가 더 늘었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맥주 판매량은 전달 대비 304.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일주일(8월 22~28일) 전후로 매출을 분석해보면 직전주 대비 1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 맥주 매출 신장률이 3.9%인 것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더 많았다.시장에서는 일본 맥주 소비가 사실상 예전 수준으로 돌아간 만큼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롯데아사히주류가 이달 초 국내 시장에 들여온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뚜껑을 열면 생맥주처럼 거품이 올라오는 상품인데, 일본행 여행객이 늘면서 국내에서 입소문을 탔다. 일부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는 여전히 오픈런이 일어날 정도로 구하기 어렵다.
불매 여파로 지난 3년여간 국내 매장 60곳의 문을 닫았던 유니클로도 지난해 국내 SPA(제조·유통 일괄형) 옷 시장에서 매출 1위를 탈환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은 지난해 8036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늘었고, 영업이익은 1348억원으로 73% 증가했다. 올 초엔 경북 경주에 새 매장을 열고 부산 동래구 매장을 확장하는 등 영업 기반도 늘리고 있다.
도요타·렉서스와 같은 일본 자동차도 잘 팔린다. 특히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국내에서 올 들어 8월까지 9129대를 팔아 1만대 돌파를 앞두고 있다. 전년 대비 판매량이 124.7% 급증했다. 일본차 시장의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도요타는 올해 상반기 최고급 모델인 ‘크라운’ 신형을 국내에 출시하는 등 연말까지 총 다섯 종의 신차를 내놓을 계획이다.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선 일본 문화가 거부감없이 친근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사진 찍을 때 포즈 브이를 거꾸로 한 ‘갸루 브이’는 일본에서 먼저 유행해 한국에도 전해졌다. 어색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다나카상(개그맨 김경욱)이나, 유창한 한국말로 일본 음식을 소개하는 마츠다 부장의 콘텐츠에도 열광한다. 이 영상을 보며 소개된 맛집과 문화를 좇아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MZ세대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1~7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은 총 1303만2900명이다. 이중 한국인 관광객은 375만5300명, 3명 중 1명 꼴이었으며 국적별로는 1위였다. 지난 5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부터 오염수 방류 논의가 시작됐음에도 꾸준히 관광이 이뤄진 셈이다.정부가 추석 연휴와 개천절 사이에 낀 10월 2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여행사 하나투어의 일본 상품 예약률(지난달 28~31일 기준) 34.6% 늘었다.
유통가에서는 일본 캐릭터와의 협업 마케팅이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가 산리오와 협업해 선보인 ‘산리오캐릭터즈’ 음료와 쿠키는 판매 개시 10일 만에 30만 개가 팔렸다. 세븐일레븐이 출시한 산리오캐릭터즈 도시락 케이크는 한정판으로 준비한 초도 물량 5만 개가 일주일 만에 동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019년 일본의 무역 보복 당시 일제 불매 운동과 같은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