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무더위에 혀 내두른 메드베데프 "이러다 선수 죽겠다"

여자 사발렌카는 "플로리다서 잘 준비해 강인함 유지"
"이러다 선수 하나 죽는 꼴 보겠어요. "
남자 테니스 러시아 톱랭커 다닐 메드베데프는 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주니어 시절부터 라이벌이었던 안드레이 루블료프(러시아)를 3-0으로 완파했다.

하지만 승리를 확정하고도 좀처럼 웃지 못했다.

그의 얼굴은 평소 잘 짓는 뚱한 표정을 넘어 완전히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경기는 2시간 48분 만에 끝났다.

하지만 메드베데프는 5시간짜리 경기를 치른 것처럼 힘들어했다.
이날 특히 심했던 뉴욕의 무더위 때문이었다. 경기가 치러진 아서 애시 스타디움 코트의 온도는 35도를 찍었다.

습도는 50%에 육박해 체감 온도는 더 높았다고 한다.

메드베데프와 루블료프는 서로뿐 아니라 더위와도 싸워야 했다. 벤치에서 얼음찜질하고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며 체온을 낮추려고 애썼다.

메드베데프는 호흡 곤란 증세로 두 번이나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렀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메드베데프는 "첫 세트가 끝날 무렵에는 공도 안 보일 정도로 힘들었다.

네트 건너편의 루블료프도 더 못 뛸 것 같아 보인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AP 통신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악영향은 테니스 메이저 대회에도 미치고 있다.

수십 년에 걸쳐 메이저 대회는 점점 더 더운 날씨 속에 치러지고 있다.
메드베데프는 "여러분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더웠다.

이러다가 선수 하나가 죽는 꼴을 보게 될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무더위에 대회를 나흘 동안 멈춘다면, TV 중계권료, 입장권 수익 등 많은 것들이 망가지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얼마나 더 이렇게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우려했다.

다만, 이날 같은 곳에서 경기를 치른 여자 선수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의 생각은 좀 달랐다.

메드베데프와 루블료프의 경기 직전에 치러진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사발렌카는 1시간 13분 만에 정친원(중국)을 2-0으로 물리쳤다. 사발렌카는 "오늘 덥긴 했지만, (뉴욕보다 더운) 플로리다의 훈련 캠프에서 잘 준비한 덕에 지치지 않고 강인함을 유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