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통일교에 과태료 부과 조치 착수…해산명령 수순 밟나

7차례 질문권 행사에 답변 미흡 판단…통일교 "철저하게 싸울 것"
일본 정부가 7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살 사건 이후 고액 헌금 수령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치에 착수했다. 교도통신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문부과학성은 이날 오후 가정연합에 과태료 부과를 요구하는 서류를 도쿄지방재판소에 송부했다.

문부과학성은 가정연합이 종교법인법의 질문권 행사에 근거한 조사와 관련해 전체 문항의 20%에 해당하는 100개 이상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나가오카 게이코 문부과학상은 전날 회의에서 "위반 정도가 경미하지 않다"며 과태료 부과가 타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 아베 전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범행 동기를 밝힌 이후 가정연합의 고액 헌금 등이 문제가 되자 지난해 11월부터 질문권을 행사했다.

일본 정부가 종교법인법의 '질문권'을 활용해 종교 단체를 조사한 것은 최초였다.

문부과학성은 7차례 질문권을 행사해 교단의 거액 헌금과 해외 송금, 조직 운영 등 500여 개 항목에 대해 자료를 보고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가정연합이 제출하는 자료의 양은 점차 줄어들었고 신앙의 자유 등을 이유로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종교법인이 회신을 거부할 경우 법인의 대표에게 10만엔(약 9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기반해 행정 제재에 나서기로 했다.

도쿄지방재판소는 과태료 부과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심리를 비공개로 진행한다.

1심 법원 판단에 불복하면 나중에는 최고재판소에서 법정 싸움이 이뤄질 수도 있다. 가정연합은 지난 5일 발표한 성명에서 "질문권 행사 자체의 적법성을 포함해 철저하게 싸우겠다"며 과태료 처분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일본 정부는 과태료 부과와는 별개로 지금까지 수집한 자료와 옛 신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종교법인법은 '법령을 위반해 공공복지를 현저하게 해한 것이 분명하게 인정되는 행위' 등이 있을 경우 법원이 해산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해산명령 청구에 해당하는 법령 위반에는 조직성, 악질성, 계속성 등 3가지 요건이 필요하다고 보고 고액 헌금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해산명령 판결이 나오면 가정연합은 종교법인격을 잃고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지만, 임의의 종교단체로서 존속할 수는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는 질문권에 따른 조사를 끝내고, 이르면 내달 중순에 해산명령을 청구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정연합은 특정한 물건을 사면 악령을 제거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믿게 해서 평범한 물건을 고액에 판매하는 이른바 '영감상법'(靈感商法)과 고액 헌금 등으로 일본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