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사랑스러운 3블리… 지금은 '마윰뽀'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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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하늘의 롱테이크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블리'(일명 러블리한 배우)들이 전과 다른 색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의 사로잡고 있다. 그야말로 블리들의 황금기다. '마블리(마동석+러블리)' '뽀블리(박보영+러블리)' '윰블리(정유미+러블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기존의 상큼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탈피하고 장르물에서 소름 돋는 연기력을 보여줬다.지난 5월 31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의 배우 마동석은 '마블리'라는 애칭처럼 경찰로서 임무 수행과 귀여운 매력을 함께 뽐냈다. '범죄도시 3'는 신종 마약 사건의 단서를 잡은 마석도(마동석)이 수사를 확대하면서, 사건의 배후인 주성철(이준혁)이 만든 거대한 판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6월부터 7월까지 박스오피스 상위 순위권를 유지하며 누적 관객 수 1068만명을 모았고, 마동석은 우락부락한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특유의 새콤한 미소로 '마블리'로서의 저력을 입증했다.그런가 하면, 지난 8월 9일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에서 '뽀블리'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배우 박보영은 재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단단한 내면과 신념을 잃지 않으려는 '명화' 역을 연기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로 개봉부터 지금까지 탄탄한 작품성으로 박스오피스 3위 자리(8월 31일 기준)를 지키고 있다.
반전 매력의 소유자, '마블리' 마동석
남다른 귀여움 지닌 작은 거인, '뽀블리' 박보영
사랑스러움의 인간화, '윰블리' 정유미
극 중에서 박보영은 민낯이 드러난 황궁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도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이상적인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주요한 질문을 던지는 역할이다. 이전까지 귀엽고 지켜주고 싶은 이미지에서 모두의 생존을 위해 악착같이 나서는 연기 변신을 보여줬다.오는 9월 6일 개봉하는 영화 '잠'(감독 유재선)의 '윰블리' 배우 정유미도 빼놓을 수 없다. '잠'에서 정유미는 잠에만 들면 이상행동을 보이는 남편 현수(이선균)으로부터 자신의 아이를 지키는 수진 역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행복했던 신혼부부인 현수와 수진의 균열되는 일상을 포착하며, 그 과정에서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수진의 모습이 그려진다.로맨스물을 통해 새침하지만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윰블리'라고 불린 정유미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수단이든 가리지 않으며 남편을 의심하고 경계하면서 점차 광기에 가까운 표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봉준호 키드'라고 불리는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그동안 사랑스러움을 가득 머금은 '마블리' 마동석, '뽀블리' 박보영과 '윰블리' 정유미는 어떤 매력으로 관객들을 만났을까.
◆ 반전 매력의 소유자, '마블리' 마동석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라고 호탕하게 외치며 시선을 사로잡는 이 남자. 울룩불룩한 근육에 험악한 인상까지. '베테랑'(감독 류승완/2015)에서 도로 위의 무법자가 된 안하무인의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지켜보다가 불러세운 한 마디다. 마동석의 등장은 짧지만 꽤나 강렬했다. 유행어가 됐을 정도니.이후 마동석은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2016)에서 온갖 찌라시와 스캔들의 주인공인 톱스타 주연(김혜수)의 사고뭉치 같은 행동을 숨겨주는 스타일리스트이자 절친 평구(마동석) 역을 맡았다. 예측불가능한 주연의 행동 탓에 쉬지 않고 잔소리하고, 집안 살림부터 청소까지 도맡아 한다.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앞치마를 매고 집 안 곳곳을 누비며 주연을 케어하는 마동석은 반전 매력을 선보인다.2016년 여름을 사로잡은 연상호 감독의 영화 '부산행'에서는 만삭의 아내 성경(정유미)의 남편 상화 역을 맡아 밀려오는 좀비 떼들을 맨몸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442km를 이동하는 부산행 KTX 열차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좀비가 되어버린 이들을 함께 싣고 가는 중이다. 생존하기 위해서, 자기 가족, 연인을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은 종결되지 않는 사투를 벌인다.영화 '신과 함께'(감독 김용화)에서 마동석은 성주신 역을 맡아 인간을 수호하는 인물이다. 성주신하면 연상되는 고정된 이미지보다는 편안한 차림의 티셔츠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신과 함께'에서 개그캐를 맡았다. 신이지만 어딘가 모자란 허당미와 "이놈의 인간들 더 모르겠더라"라며 솔직담백한 매력을 뽐내기도 한다. '마블리' 마동석은 차곡차곡 반전 매력을 쌓으며 한국형 히어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 남다른 귀여움 지닌 작은 거인, '뽀블리' 박보영
'솊~'이라고 부르며 극 중에서 셰프 강선우(조정석)에게 환한 미소를 보이며 안겨든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2015)에서 박보영이 맡은 나봉선 역은 남다른 귀여움을 보여준다. 뭇 남성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마음마저 사로잡은 박보영의 연기는 '오 나의 귀신님'의 활력소다. 귀신이 몸에 들어가기 전에 움츠러들어 있던 표정에서 발랄하고 종잡을 수 없는 무공해 매력을 선보인 박보영은 '오 나의 귀신님'을 통해 인생작을 기록했다.영화 '과속스캔들'(감독 강형철/2008)을 통해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박보영. 그는 황정남/황제인 역을 맡아 자신의 숨겨진 아빠 현수(차태현)을 찾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불도저 같은 매력을 보여줬다. 앳된 얼굴의 박보영은 한때 10대 소녀 팬들의 우상이던 현수가 진행하는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그를 괴롭히는 악바리 같은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절대 결합할 수 없을 것 같던 가족들은 점차 서로의 인생의 조각들을 맞춰가고 진정한 가족이 되기 위한 여정을 이어간다.'늑대소년'(감독 조성희/2012)에서 박보영은 특유의 따스하고 어여쁜 마음씨를 가진 소녀 순이 역을 맡았다. 요양 차 가족들과 한적한 마을로 간 순이(박보영)은 그곳에서 의문의 늑대소년(송중기)를 만나게 된다. 길들여지지 않을 것 같은 야생의 늑대소년은 순이의 보살핌으로 인해 인간 사회에 동화되어 간다. 박보영은 늑대소년을 훈련시키고 가르치는 애정 어린 모습과 지태(유연석)의 횡포에 강단 있는 태도를 보여주며, 후반부 애절함을 더욱 가중했다.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박보영은 작은 체구에도 무엇이든 거뜬하게 드는 도봉순 역을 맡아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시도를 선보였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선천적으로 어마무시한 괴력을 타고난 도봉순이 세상 어디에도 본 적 없는 똘끼충만한 안민혁(박형식)과 정의감에 불타는 인국두(지수)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세 남녀의 힘겨루기 로맨스다. 험난한 세상살이에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고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면서 부조리한 일은 따지고 보는 도봉순. 박보영은 도봉순을 연기하면서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남다른 아우라를 보여줬다. 코믹하면서도 러블리한 '뽀블리' 박보영은 작은 거인이다.
◆ 사랑스러움의 인간화, '윰블리' 정유미
사랑스러움을 꼭꼭 눌러 담아 인간화한다면, 그것은 정유미를 칭하는 말일까. 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감독 김종관/2004)로 데뷔한 정유미는 좋아하는 선배를 눈치 보며 슬쩍슬쩍 쳐다보는 조심스러움과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순수함을 이 작품을 통해 보여줬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약하는 정유미는 로코물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2'(2012)의 주열매와 '연애의 발견'(2014)의 한여름 캐릭터는 정유미의 인생 캐릭터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두 작품에서 정유미는 사랑 앞에서 솔직하고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줬다. 특히나 '연애의 발견'에서 전 남자친구 강태하(에릭)과 현 남자친구 남하진(성준) 사이를 오가며 갈팡질팡하는 현실감 넘치는 연애를 묘사했다. 중간중간 나오는 인터뷰에서 속마음을 드러내거나 자존심을 부리는 주열매의 사랑스러움은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전 남자친구인 강태하와의 연애에서 재거나 따지지 않고 있는 힘껏 사랑하는 주열매의 당돌하고 싱그러운 면모는 배우 정유미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었다.홍상수 감독의 영화 '옥희의 영화'(2010)와 '우리 선희'(2013)에서 정유미는 남자들의 마음을 한번에 사로잡지만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캐릭터들을 보여준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을 거듭하지만, 답을 내리지 못하는 옥희와 선희를 맡았다. 홍상수 감독 특유의 현실감 넘치는 대사를 통해 아이러니한 상황들을 만들었다. 그간 맡았던 이미지와는 다른 여성 창작자로서의 고민과 사랑 앞에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방황하는 여성을 연기하며 정유미는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윰블리' 정유미는 자신의 별명에 대해 "이 별명을 못 듣게 되면요? 저, 이 일 그만두겠습니다"라며 인터뷰에서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영화계에서 활약하는 일명 '블리'들. 서로 다른 장르와 매력으로 기존의 러블리함과 사랑스러움을 장착하고 전과는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도전을 시도한 듯 보인다. 마치 퇴계 이황이나 도산 안창호 같은 호처럼 '마블리' 마동석, '뽀블리' 박보영, '윰블리' 정유미는 자신들의 황금기를 새로이 써 내려가고 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