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정부도 韓 리걸테크 배워가는데…국내선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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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폼' 방문한 대표단 "어메이징"“어메이징!”
해외 관심과 달리 규제 시달려
전문가 "산업진흥 특별법 필요"
7일 서울 성수동 ‘로폼’ 사무실에선 탄성이 터져나왔다. 인공지능(AI)이 법률문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지켜본 사우디아라비아 법무부 대표단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법률 플랫폼 로폼을 운영하는 아미쿠스렉스는 고소장 등을 AI로 자동 완성하는 기술로 특허를 보유한 스타트업이다.리걸테크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대표단 9명은 지난 4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방한해 한국 스타트업을 연이어 방문하고 있다. 한국의 법률계약 시스템과 법률 기술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다. 압둘 살람 알 감디 사우디 판사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기획개발청 차관, 법무부 해외협력 담당관 등 고위직이 포함됐다. 정진숙 로폼 대표는 “법률문서 자동 완성 기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질문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4일 사우디 대표단이 찾은 인텔리콘연구소의 임영익 대표는 “사우디 정부가 자국 법률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AI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법률에 특화된 원천 기술을 갖췄는지 면밀히 검토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8일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도 방문할 계획이다. 리걸테크업계에선 사우디 대표단의 방한이 법률기술 수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가 10대 혁신과제에 법률 분야를 포함했다”며 “맞춤 기술을 갖춘 우리에겐 기술수출 기회”라고 강조했다.
법률서비스 선진화와 혁신 산업 육성을 위해서라도 관련 규제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이 급속히 커지는 가운데 경쟁국인 일본에 기술수출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신동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리걸테크산업 진흥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