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무원 아이폰 쓰지 말라"…애플 253조 증발 '날벼락'

"中 국유기업까지 아이폰 금지"
美 기술주 '휘청'
사진=EPA
애플 시가총액이 이틀 만에 1900억달러(약 253조원) 증발했다. 중국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내린 아이폰 금지 조치를 국유기업과 정부 지원 기관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대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여파다. 중국의 규제가 미국 빅테크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 7일(현지시간) 미 기술주들은 일제히 하락했다.

◆“中 공무원 다 못쓰면 아이폰 판매 5% 감소 전망”

이날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일 대비 5.35달러(2.92%) 하락한 177.56달러에 마감했다. 중국의 공무원 아이폰 금지 보도가 처음 나온 전날 3.58%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조정받았다. 이틀간 주가가 6.4% 떨어지면서 애플 시가총액은 1897억달러 날아갔다.중국 정부가 아이폰 사용 금지 조치를 공공 영역 전반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앞서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아이폰을 포함한 외국산 기기를 업무용으로 쓰거나 사무실에 가져오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7일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아이폰 등 금지 조치를 국영기업과 정부가 지원 및 통제하는 공공기관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보도가 나온 후 애플 주가는 개장 전부터 하락세를 그렸다. 중국에서 아이폰 사용 금지 조치가 확대될수록 애플은 직격탄을 맞는다. 애플은 중국의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19%다.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는 메모를 통해 “중국이 모든 공무원들로 금지 조치를 확대할 경우 중국의 아이폰 판매가 5%까지 감소할 수 있다”며 “공산당의 아이폰 금지가 일반 시민들에게 ‘중국 회사들이 만든 전자제품을 써야 한다’는 신호로 다가온다면 애플에는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보·기술 경쟁 격화되는 美中

이번 조치는 미국의 중국 정보기술(IT) 기기 제재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앞서 데이터 유출 등 국가 안보를 우려로 미 공무원들의 업무용 기기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미 백악관은 최근 중국 화웨이가 출시한 스마트폰에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가 내장된 것을 두고 사태 파악에 나섰다.

미 의회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자국 기업을 홍보하고 서방 기업들의 시장 접근을 막는 중국 공산당의 전형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을 방문하며 친중 행보를 보여왔음에도 애플이 이번 중국 제재의 타깃이 되면서 월스트리트에서는 놀랍다는 반응도 나온다. 중국 정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중국 시장에서 존재감이 큰 애플 같은 기업도 미중 긴장 고조에는 면역력이 없다는 것을 이번 사태가 보여줬다는 평가다.
사진=AFP

◆美 기술주 동반 하락

7일 뉴욕증시에서는 기술주가 전반적으로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지수는 이날 0.89% 밀리며 3대 주요지수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을 냈다. 애플을 비롯해 중국에 진출한 미국의 대형 IT 기업들이 미중 갈등 격화로 인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영향이다.

애플 공급업체인 퀄컴 주가는 이날 7.2% 급락했다. 스카이웍스솔루션(7.35%), 브로드컴(1.75%), 텍사스 인스트루먼트(1.99%) 등 다른 공급업체 주가도 일제히 떨어졌다. 빅테크 주가도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1.74%, 마이크로소프트는 0.89% 떨어졌다.문제는 기술주 약세가 미 증시의 부진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등 대형 기술주들이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뉴욕증시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미국 온라인증권사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 전략가 스티브 소스닉은 “투자자들이 이미 기술주 비중을 과도하게 늘린 상태”라며 “기술주 주가가 다시 성과를 내려면 투자자들이 비중을 더 늘려야 하지만, 멀티플(수익성 대비 기업가치)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기술주를 매도해 비중을 낮출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프랑스 은행그룹 BNP파리바의 그레그 보틀 미국 주식 및 파생상품 전략 책임자는 “기술주의 향방이 곧 미국의 향방”이라며 “(올 들어) 미 증시를 이끌어온 기술주가 휘청이면 미 증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