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변하는 얼굴, 신속히 검사해야…췌장암 증상일수도 [건강!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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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담관암이 담관 막아 황달 생길 수도
황달 사라질 때까지 암 치료 어려워
눈부터 노랗게 변하면 신속히 검사 받아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99.10999789.1.jpg)
70대 여성 A 씨는 한 달 전부터 눈의 흰자위가 점점 노랗게 변하더니 몸의 다른 부위까지도 노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피곤해서 일시적으로 생긴 증상이라 생각하고 평소와 같이 생활했지만 최근 만난 지인으로부터 얼굴빛이 너무 안 좋다며 빨리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들었다. 병원에 방문한 그는 여러 검사를 받은 뒤 의사로부터 충격적인 소견을 들었다. 췌장암이 이미 상당히 진행돼 수술이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췌장에 생긴 종양이 담관을 막아 담즙이 정체된 모습](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451101.1.jpg)
황달의 원인은 다양한데 용혈성 빈혈과 같이 지나치게 빌리루빈이 형성되는 경우와 간 손상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빌리루빈을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췌장암, 담관암과 같은 종양이 발생한 경우에도 담관이 막혀서 담즙이 흐르지 못하고 이에 따라 황달이 생길 수 있다.이경주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암에 의해 황달이 생긴 경우 황달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적극적으로 암 치료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신속히 황달 증상부터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달의 원인이 암으로 인한 담관 폐색으로 밝혀질 경우 내시경적역행성담췌관조영술(이하 ERCP)을 시행한다. ERCP는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삽입한 뒤 십이지장 유두부라는 작은 구멍을 통해 담관과 췌관에 조영제를 주입해 병변을 관찰하는 시술이다. 진단과 동시에 막혀있는 담관을 뚫고 스텐트를 삽입해 담즙이 정상적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ERCP를 받더라도 고여 있는 담즙이 빠져나오고 황달이 호전될 때까지는 길게 2~4주까지 걸린다. 이에 따라 황달의 치료가 늦어지면 암의 결정적인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황달은 눈의 흰자위(공막)부터 노랗게 변하기 시작해서 점차 몸의 아래쪽으로 퍼져 전신에 나타난다. 황달로 인한 몸의 변화는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의외로 본인이나 가족들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얼굴이 노랗게 변하는 증상과 함께 몸의 다른 변화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황달로 병원을 방문했다가 암 진단받는다면 누구나 좌절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황달이 생긴 것은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증상일 수도 있다. 췌장암, 담관암은 ‘침묵의 암’으로 불리며 초기증상이 거의 없는 대표적인 암들이다. 특히 췌장암의 경우 췌장이 몸속 깊숙이 있어 암을 발견했을 때 수술이 가능한 환자의 비율이 20%에 불과하다.다른 암에 비해 발생 빈도가 낮지만 조기 진단이 어렵고 주변 장기나 림프절로 쉽게 전이돼 5년 생존율이 15.2%(2016~2020년 암 발생자)에 불과하다는 특징이 있다.
췌장암으로 황달이 발생하는 것은 종양이 담관과 가까운 췌장의 머리 쪽에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암이 담관과 먼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쪽에 있다면 증상이 늦게 나타나 발견이 어렵게 된다.
이 교수는 "암으로 유발된 황달 환자가 관련된 증상을 유심히 관찰하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결정적인 암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황달은 오히려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는 증상일 수 있기 때문에 황달이 의심된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에게 검사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