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놀자] 온난화로 얼음층 녹아 수만 년 전 바이러스 퍼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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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영구동토층"지구온난화 시대는 끝났다.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7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 같은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올해 7월이 역사상 가장 더운 달이었다"는 분석을 발표한 뒤였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생태계 또한 바뀌고 있다.최근 그 변화가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영구동토층’이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그 안에 묻혀 있던 비밀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영구동토층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1년 내내 얼어 있는 땅이다. 연중 기온이 물의 어는점(섭씨 0℃) 이하로 유지되는 곳으로, 수천 년에서 수만 년 동안 얼어붙어 그 두께만 해도 약 80~100m에 달한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온도가 오르면서 영원히 얼어 있을 것 같던 영구동토층이 속절없이 녹아내리는 것이다. 게다가 얼음이 만들어질 당시에 같이 봉인되었던 생물들이 부활하기 시작했다.
올여름 과학자들의 큰 주목을 받은 것은 4만6000년 동안 영구동토층에 갇혀 있다가 부활한 1mm 미만의 작은 벌레다. 파나그롤라이무스 콜리마엔시스(Panagrolaimus kolymaensis)라는 이름의 이 벌레는 시베리아 지역의 영구동토층 표면 아래 40m 깊이에서 발견됐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진이 이 벌레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종의 선충류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시 말해 과거에 존재했지만 현재에는 없는 멸종된 생물이라는 것이다. 이 벌레가 있던 주변의 흙 나이를 토대로, 4만6000년 전에 묻혀 현재까지 갇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 벌레를 실험실 접시에 놓은 뒤, 생명 활동에 필요한 영양소가 담긴 물을 주입했다. 시간이 흐르자 이 벌레는 신체 활동을 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일부는 번식을 해 새로운 개체를 만들기도 했다. 즉 오래전 얼음에 갇히면서 깊은 잠에 빠진 상태였고, 이후에 다시 깨어나 생명 활동을 한 것이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를 ‘크립토바이오시스’로 설명했다. 크립토바이오시스는 미생물 중 일부가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체 활동을 잠시 멈추는 현상을 말한다. 몸의 활동을 최소한으로 낮춰 깊은 잠을 자는 것이다. 실제로 이 벌레의 유전자에 크립토바이오시스와 관련이 있는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벌레뿐 아니라 바이러스 또한 지구에 퍼질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종의 바이러스가 나타난다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어떻게 싸워 이겨내야 할지 알 수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타났을 때처럼 전 세계가 또다시 감염병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영구동토층에서 언 상태로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되살아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학교 연구팀은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인류가 처음 보는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단세포동물인 아메바를 영구동토층의 흙과 얼음 등에서 채취한 시료에 넣고, 시간이 흐른 뒤 아메바의 몸에 감염된 바이러스를 확인했다. 그 결과 시료로부터 기인한 바이러스가 있었고, 7개 지역 시료에서 발견된 13종의 바이러스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종이었다. 이 바이러스 중 일부는 약 4만8000여 년 전 영구동토층에 갇혔으며, 심지어 현재 깨어난 뒤에도 다른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 영구동토층은 매우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대 연구팀은 당초 예상보다 70년이나 빠르게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대로 지구온난화를 멈추지 못한다면 그 안에 갇혀 있던 기체와 바이러스, 미생물이 세상에 나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매장돼 있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대기 중으로 유입돼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이어진다. 이것이 지구온난화 가속을 하루 빨리 멈추게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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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영구동토층은 매우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대 연구팀은 당초 예상보다 70년이나 빠르게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대로 지구온난화를 멈추지 못한다면, 그 안에 있는 기체와 바이러스, 미생물들이 세상에 나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매장돼 있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대기 중으로 유입돼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이어진다. 이것이 지구온난화 가속을 하루 빨리 멈추게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