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원론 산책] 정보 부족하면 시장 효율적으로 작동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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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S12
(61) 불완전정보와 시장실패지금까지 설명한 경제이론은 가계·기업과 같은 경제주체가 모든 정보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정보가 완전하지 않을뿐더러, 설사 정보가 완전하게 존재한다고 해도 모든 경제주체가 그런 정보를 동등하게 다 가지고 있기란 쉽지 않다. 무수히 많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존재하고, 동질의 상품이 판매되며,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완전경쟁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시장 관련 정보가 구매자와 판매자에게 완전하게 제공되고 있지 않다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뤄지기 어렵다. 결국 시장실패가 나타나게 된다.
불완전한 정보로 ‘정보 비대칭’ 발생
기술이 발전하면서 재화와 서비스의 질과 가격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하려는 상품의 질과 가격의 적정성을 파악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물론 많은 시간을 들이면 상품의 질이나 가격의 적정성, 판매자·구매자 성향 등에 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정보를 얻기 위해 시간을 들이는 일 자체가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이기에 현실적으로는 한정된 시간만 사용하게 된다.정보를 탐색하는 경우에도 한계편익 체감의 법칙이 작용한다. 시간을 사용하면 할수록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탐색 결과 얻은 정보의 가치는 점점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정보 탐색에 사용하는 한계비용과 정보 탐색으로 얻는 한계편익이 같아지는 수준까지만 정보를 탐색하게 된다.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 정보를 탐색하면 정보 가치에 비해 탐색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거래 당사자는 모든 정보를 가지고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시간에 대한 제약을 갖고 있어 정보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시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불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 대표적으로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발생한다. 거래에 나선 나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내가 가진 정보를 상대방이 모르는 상황 또는 정반대의 상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역선택’ ‘도덕적 해이’라는 시장실패
비대칭적 정보로 인해 나타나는 시장실패는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다. 역선택은 거래 이전에 발생하는 문제이고, 도덕적 해이는 거래 이후에 나타나는 현상이다.상품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만약 상품의 질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매를 한다면, 값이 비싸지만 질 좋은 상품보다 값이 저렴하고 질이 좋지 않은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현상을 ‘역선택’라고 한다. 구매자들의 이런 성향이 지속되면 결국 질 좋은 상품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사라지게 된다. 구매자들은 질 좋은 상품을 원하지만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질이 좋은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 역선택이 발생하고, 시장 자체가 사라지는 시장실패가 초래되는 것이다.다음으로 도덕적 해이의 예를 보자. 고장 등이 발생하면 무상 수리와 같은 사후관리를 잘 해주는 조건으로 상품을 구매했지만, 처음 설명과 달리 사후관리를 잘 안 해주는 상황이 도덕적 해이의 예다. 사후관리에 대한 계약을 명확히 했다면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구매자가 판매자만 믿고 상품을 구매한 경우라면 판매자는 도덕적 해이를 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같은 판매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구매자가 상품으로부터 얻는 효용은 기대한 것보다 감소하게 된다. 이 또한 시장실패의 사례다.
이상으로 간단하게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시장실패가 나타나는 현상을 살펴봤다. 다음 주에는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가 다양하게 발생하는 상황, 이러한 문제로 나타나는 시장실패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알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