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생글이 통신] 달리기 같은 수험생활…포기 유혹 떨치고 완주하길

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달리기에서는 시작이 참 어렵습니다. 어렵게 발걸음을 떼면 다음부턴 생각보다 상쾌해집니다. 여러분은 지금 수험 생활이라는 장시간의 달리기에서 숨이 차 멈추고 싶은 시기일 겁니다. 그래도 조금만 힘을 냅시다.

공부와 관련한 제 루틴을 하나 소개합니다. 바로 달리기입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혹은 자기 전에 5km가량을 뜁니다. 날씨가 좋으면 집 앞 공원에, 비가 오거나 공기가 안 좋으면 헬스장에 갑니다. 특별히 거창한 이유는 없습니다. 꾸준하게 할 운동을 찾고 싶었습니다. 빠르게 달리며 잠시 고민도 내려놓고, 턱밑까지 숨이 차오르다가도 끝내면 뿌듯했습니다.

달리다 보면 저는 그 과정이 수험생의 1년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달리기에서는 시작이 참 어렵습니다. 뛰러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막상 시간이 되면 어찌나 가기 싫은지…. 오늘 안 가도 되는 이유가 백만 가지 정도는 떠오릅니다. ‘컨디션이 안 좋은데 괜히 무리하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빗길에 미끄러져 응급실에 가고, 가족과 친구들이 슬퍼하면 어쩌지?’ 이런 터무니 없는 생각들입니다.

어렵게 발걸음을 떼면 다음부턴 생각보다 상쾌해집니다. 하지만 어느덧 3~4km를 달리고 마지막 1~2km를 남기면 많은 생각이 몰려옵니다. 보통 ‘포기’에 관한 생각입니다. “이쯤이면 됐어. 오늘은 그만할까?”, “5km는 무리하는 것 아닌가?” 하면서요.

수험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어도 시작이 힘듭니다. 너무도 하기 싫죠. 하지만 막상 수험생활 초반에는 재미를 느끼기도 했을 겁니다. 어떤 인터넷 강의 선생님의 커리큘럼을 탈지 고민하며 재미를 느꼈거나, 상대적으로 쉬운 내용이 앞에 있는 공부의 특성상 처음 며칠, 몇 달은 가벼웠을 겁니다. 하지만 수능이 두 달 남짓밖에 남지 않은 지금은 많은 학생이 제가 말했던 달리기의 마지막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겨울방학을 보낼 때 품은 큰 목표, 3월 모의고사가 수능까지 간다는 주변의 말에 저주라고 여기던 자신은 사라진 지 오래죠.

결국 포기의 유혹이 찾아옵니다. 올해는 수험 생활의 노하우를 깨달았으니, 내년을 기약해야 겠다고 놓아버립니다. 하지만 올해도 내년도 똑같습니다. 완벽한 준비는 없습니다. 우리는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고 기준에 들어갔든 못 들어갔든 아쉬움을 느낍니다. 더 발전하고 싶고 그 이상을 꿈꿔서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수험 생활이라는 장시간의 달리기에서 숨이 차 멈추고 싶은 시기일 겁니다. 그래도 조금만 힘을 냅시다. 다음에 다시 도전하고 싶어도 버팁시다. 달리지 못해 걷는 한이 있더라도 완주합시다. 코스를 마쳤을 때 뜻밖의 결과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혹여 다시 같은 길을 향하는 한이 있더라도 완주를 해본 자만이 다시 잘 뛸 수 있습니다.

김재윤 서울대 역사교육과 22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