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 위화, "노벨상은 무슨, 한국 문학상도 못 받았는데..."

등단 40주년 맞은 중국 소설가 위화
등 대표작 펴내
'서울국제작가축제' 개막 강연차 방한
위화. 사진 : 푸른숲 제공
"한국에서도 문학상 하나 못 받았는데, 무슨 노벨상이에요.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다고 하니, 주변 문인들이 '드디어 한국에 상을 받으러 가냐'고 묻더라고요. 하하."

8일 서울 효자동에서 만난 중국 소설가 위화(余華·63)는 장난기 가득한 모습이었다. 인터뷰 내내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인생> <허삼관 매혈기> 등에서 20세기 격변의 세월을 사는 중국인들의 비참한 삶을 그리면서도, 풍자와 해학으로 '웃으며 살아갈 힘'을 전한 그다운 모습이었다.
8일 서울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위화. 사진 : 푸른숲 제공
이번 방한은 그의 등단 4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정작 중국에선 기념행사를 하지 않아 한국에서 맞이하는 이번 행사가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만약 중국에서 40주년 기념회를 했다면, 주변 사람들이 내가 연로해서 죽은 것으로 착각했을지 몰라요. 앞으로 80주년 기념행사를 하게 되면 다시 한국에 와서 해야겠습니다."

위화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모옌, 루쉰문학상을 받은 옌롄커와 함께 중국 현대문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힌다. 매년 노벨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인지도 높은 작가지만, 다작과는 거리가 있다. 1991년 <가랑비 속의 외침>을 시작으로 지금껏 남긴 장편은 6편뿐이다. 그는 "지난 40년 동안 쓴 작품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그다지 노력하는 작가는 아니었던 것 같다"며 "중국에 돌아가면 작품활동을 성실히 하겠다"며 웃었다.
8일 서울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위화. 사진 : 안시욱 기자
그의 장편들은 하나하나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대표작은 대약진운동, 문화혁명 등 중국의 현대사를 거쳐 간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인생>이다. 작품은 전 세계 42개 언어로 번역돼 누적 2000만부 이상 팔렸다. 출간된 지 31년이 지난 지금도 매년 160만부 이상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장이머우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돼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유독 <허삼관 매혈기>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국에서 <인생> 판매량(10만부)을 넘어선 25만부의 판매기록을 올렸다. 문화혁명 시기 피를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한 남자의 삶을 조명한 이 작품은 배우 하정우가 연출·주연을 맡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위화는 "중국에서 해적판으로 영화를 봤는데, 하정우 감독이 이를 두고 화내실 것 같진 않다"며 "한국과 중국 사이 문화적 차이를 한국적으로 잘 녹여서 촬영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8일 서울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위화. 사진 : 푸른숲 제공
지금껏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대약진운동, 문화혁명 등 중국의 현대사 속 민초들의 삶을 그렸다. 주인공도 고단하고 힘든 인생을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차기작에 대한 질문에는 "지난해 코로나19에 걸리고 집필이 중단된 2편의 소설 중 하나는 코믹한 내용으로 분위기 변화를 시도 중"이라면서도 "나머지 한 작품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어렵게 사는 인물의 어두운 인생을 그렸다"고 답했다.

위화의 방한 일정은 오는 14일까지다. 그는 8일 저녁 서울국제작가축제 개막 강연을 시작으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연세대학교 등에서 한국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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