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與 경선 강행 결정 이유는?

'전략공천' 강행한 민주당과 차별화 전략
"민주당처럼 이재명 대표가 찍는 게 아냐"

당 지도부의 출구 전략으로도 풀이
일각에선 "큰 차이로 지지 않으면 괜찮다"는 목소리도
사진=뉴스1
국민의힘이 오는 10월 11일 치러질 강서구청장 후보를 전략공천이 아니라 경선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13명의 후보 중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을 전략공천하면서 이와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8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공천관리위원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강민국 공관위 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정한 경선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경선은 당헌·당규에 따라 할 것"이라고 했다.구체적인 계획은 다음주에 있을 2차 회의에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당은 이날과 9일 이틀간 공고를 내고 10일 후보자 등록을 받는다.

공관위가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선출하기로 한 이유는 전략공천 시 발생할 당내 갈등을 막기 위해서다. 국민의힘 소속의 강서병 당협위원장인 김진선 예비후보는 당이 전략공천을 강행할 경우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13명의 예비후보가 있었지만 진 전 차장을 전략공천했던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의지도 보인다. 공관위원장을 맡은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장을 나가면서 "우리는 민주정당"이라며 "민주당처럼 이재명 대표가 찍는 게 아니고 (공천관리위) 위원들 각자가 토론해서 합리적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경선 결정은 당 지도부의 일종의 출구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그간 유력하게 거론됐던 김 전 구청장을 전략공천해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당 지도부에게 돌아올 책임론을 잠재울 수 있어서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실시되기 때문에 총선 전초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당 내부에선 무공천 기류가 강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 전 구청장의 실형 선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면서 치러지게 된 보궐선거이기 때문이다. 후보를 내더라도 당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현실적인 상황도 고려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대 격전지인 서울에서 치러지는 만큼 패배할 경우 민심 이탈과 지도부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난주를 기점으로 당 지도부 일부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보선에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김 전 구청장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상황에서도 구민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게 이유다.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도 참작 사유로 거론됐다.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크게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후보를 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의원은 "전초전 성격이라고는 하지만 강서구가 워낙 험지다"라며 "적은 차이로 질 경우 오히려 총선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지지자들의 결속이 강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큰 차이로 질 경우 지도부 책임론은 불가피하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20%포인트 차이로 패배할 경우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꾸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치권은 경선을 거쳐도 김 전 구청장이 유리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경선의 세부 방식은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김 전 구청장이 후보로 최종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김 전 구청장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해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고 지난 5월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하지만 3개월 만인 지난달 14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