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본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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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욱 日 니혼대 경제학부 교수도쿄전력은 지난달 24일 오후 1시부터 후쿠시마 원전의 처리수를 태평양에 방류하기 시작했다. 이날부터 17일 동안 처리수 7800t을 바닷물에 희석해서 삼중수소 농도를 세계보건기구(WHO) 음용수 기준의 6분의 1로 낮춰 내보낼 예정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초기에 미국의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같은 국제원자력사고등급 5등급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일본은 방사성 요오드가 수만 테라베크렐 이상 방출된 것으로 추산하고, 체르노빌 원전 사고 수준인 7등급으로 격상했다. 그렇지만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가 사람들의 건강과 자연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줬다는 보고나 연구는 없었다.원자력발전소는 인류가 발명한 놀라운 기술이지만 다른 기술과 달리 시행착오나 반복 실험으로 개량해 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반도체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집적회로의 성능이 24개월마다 두 배로 증가해 처음 만들어진 CPU(중앙처리장치),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현재의 CPU, 메모리 반도체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전했다. 이와 같은 기술 혁신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반복 실험을 통해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은 시행착오로 생기는 문제가 인류가 감당할 수준을 훨씬 넘어서기 때문에 반도체와 같은 기술 혁신은 일어나지 않는다.
불의의 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1호기는 1957년 지어졌다. 최근 건설되는 원자력발전소의 성능과 기술 수준은 66년 전 세워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엄격해진 안전기준을 맞추기 위한 건설비만 늘었다고 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피해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고, 여전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우리에게 첫 시행착오의 기회를 준 것이다. 사고 수습 과정을 통해 원자력발전 기술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혁신 가능성을 높였다. 최근 빌 게이츠가 회장으로 있는 테라파워가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소형모듈원전을 개발해 미국 와이오밍주에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원자력발전 방법과 반대로 핵융합을 통해 발전을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서도 헬리컬퓨전, EX-퓨전 같은 기업들이 핵융합발전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인류가 원자력의 힘을 자유자재로 다뤄 인류의 번영에 온전히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후쿠시마의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하나의 기회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랜 역사 가운데 인류가 직면한 많은 문제를 기술 발전을 통해 해결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