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데리 아저씨' 저주 탓?…삼성전자 1조원어치 판 개미들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삼성전자 팔라는 '밧데리 아저씨'
"삼전 잘될수 없다…거품이다" 맹비난
긍정적 재료에도…개미 삼전 '폭풍매도'
영향 적잖은듯…비전문가에 휘둘린 개미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잘될 수 없어요. 빨리 정리하십쇼. 미련 버리십쇼. 난파하는 배입니다."

올해 7월 26일. 이른바 '밧데리 아저씨'로 통하는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사진)는 한 유튜브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나빠진 실적을 거론하더니 삼성전자 주가가 올라갈 수 없다고 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전폭적 지지를 얻는 인물의 발언인 만큼 파급력은 컸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폭풍 매도'하자 한달 반 만에 그의 발언이 재회자되고 있다. 긍정적 재료에도 개인의 매도에 밀려 삼성전자 주가가 8만원 선을 뚫지 못하고 있어서다.삼성전자는 지난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0.14%(100원) 내린 7만300원에 마감했다. 이날은 내렸지만, 지난 1일에는 6.13%(4100원) 오른 7만1000원에 마감했다. 이때 삼성전자 주가 상승률은 2021년 1월 9일(7.12%) 후 가장 높았다. 지난 1일 이 회사 주가를 밀어 올린 재료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고성능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3’을 공급한다는 소식이었다. 가격이 비싼 HBM을 공급하는 만큼 실적이 뜀박질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박순혁 금양 홍보이사. 사진=한경DB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 재료에도 주가는 금세 내림세로 전환했다. 지난 8일까지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7만원대를 밑돌 조짐도 엿보인다. 주가의 발목을 잡은 것은 개인투자자의 '매도 공세'였다. 개인은 9월 1~7일에 5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 매도 규모는 9708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1조72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개인의 매도물량을 받아낸 덕분에 낙폭을 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차익을 실현하려는 개미들이 몰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밧데리 아저씨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밧데리 아저씨로 통하는 박순혁 전 금양 이사는 2자전지주 대세론을 펴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가 2차전지 대세론을 편 직후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등 2차전지 주가가 급등한 영향이 작용했다. 상당히 두꺼운 개미 팬층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그가 유튜브를 통해서 삼성전자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쏟아내면서, 개미들의 매도세를 부추겼다는 비판도 나온다.그는 지난 7월 26일 한 유튜브에 출연해 "챗GPT로 인공지능(AI) 반도체(HBM3 등) 판매가 늘면서 삼성전자가 좋아질 것이라는 스토리는 소설이고 가짜"라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왜 늘지 않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시나리오가 숫자로 증명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거품이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이 늘지 않은 만큼 주식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를 팔고 2차전지주를 살 것을 추천했다.

하지만 반도체 시황의 출렁임이 크고 그만큼 실적 증감 폭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앞으로 AI 등의 흐름에 맞춰 삼성전자 실적이 2018년의 고점을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반도체 전문가가 아닌 박 전 이사가 이 같은 흐름을 간과한 채 현재 실적과 반도체 시황만 놓고 삼성전자 주식을 자기 입맛에 맞게 재단했다는 비판도 있다.

한편 그는 이달 14일 하나증권 명동금융센터 지점이 여의도 본사에서 여는 투자설명회에 참여한다. 여의도 증권가를 맹비난하는 그의 출몰에 투자자들의 관심도 상당하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