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애국소비' 부활…아이폰 불매로 번지나

'화웨이폰 쇼크'…美·中 관계 재악화 우려

화웨이, 美제재 뚫고 7나노 탑재
네티즌들 "국산폰 쓰자" 목소리
중국 정부가 공무원에게 내린 ‘아이폰 금지령’을 국유기업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소식에 애플 시가총액은 6~7일 이틀간 1897억달러(약 253조원) 증발했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애플스토어 모습. /AFP연합뉴스
해빙 분위기로 가던 미·중 관계가 첨단 기술을 둘러싼 마찰로 다시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최신 스마트폰(메이트60프로)을 출시한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 움직임이 구체화하자 중국은 자국 공무원에게 ‘아이폰 사용 금지령’을 내리며 맞섰다. 미국이 더 강한 ‘채찍’으로 대응하면 양국 갈등이 또다시 ‘강 대 강’ 대결의 새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이폰 보이콧 일어날까?

중국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내린 아이폰 등 외국폰 사용 금지 조치를 국유기업과 정부 유관기관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중국 현지 SNS에서 관련 소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8일 중국 대표 SNS 웨이보에 올라온 중국의 아이폰 금지령 소식은 조회수 2600만여 건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이폰 사용 금지령’과 관련해 “중국은 시종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확고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개별 국가가 소위 ‘국가 안보’ 개념과 민의를 남용해 중국 기업을 탄압·억제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애플 주가는 6~7일 이틀간 6.4% 떨어지며 시가총액이 1897억달러(약 253조원) 증발했다. 애플 매출의 약 19%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아이폰 매출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다. 미국 투자회사 오펜하이머는 이번 조치의 영향으로 애플이 2024년 아이폰 출하량 예상치의 1000만 대를 잃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전체 출하량의 약 5%에 해당한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인이 ‘애국소비’에 나서면서 아이폰을 보이콧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화웨이의 최신폰이 아이폰 성능에 버금간다는 소식은 중국 소비자의 애국소비를 자극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부 중국 네티즌은 “그들(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하면 우리가 애플을 제재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며 정부 방침에 동조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도 국산폰을 쓰자”며 불매 운동을 조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시 얼어붙는 미·중

중국 정부가 미·중 경제 교류의 상징적 기업인 애플에 위협을 가하자 최근 해빙 분위기이던 양국 관계는 다시 얼어붙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까지 잇달아 중국을 방문하면서 중국에 손을 내미는 모양새를 취했다. 또 양국 경제의 단절을 의미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이란 용어도 위험관리를 뜻하는 디리스킹으로 대체하면서 안보에서는 양보하지 않지만 무역 등 경제 이슈에선 협력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러몬도 장관은 중국을 방문한 후 “우리는 채찍을 가지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언제든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수출통제, 투자규제 등을 통해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중국의 첨단기술 육성에 단호히 대체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그의 방중 기간에 화웨이가 7나노칩을 장착한 최신 5G폰을 발매한 것이 미국의 심기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마이크 갤러거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도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와 반도체기업 SMIC에 대한 모든 미국산 반도체 기술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며 제재 강화를 요구했다.

중국은 그동안 전방위적인 미국의 첨단반도체 기술 차단 공세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화웨이가 7나노칩을 장착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 아이폰 수입 금지 조치 등으로 전선을 확대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격랑 속에서도 아이폰은 중국 소비자의 사랑을 받아 왔고,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은 고용 인력이 30만 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아이폰 금지령은) 중국도 미국에 맞서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이지훈/뉴욕=박신영 특파원/신정은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