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중국 대체할 거대 생산기지…무한 잠재력에 베팅할 때"

이제는 인도다
(5) 韓·인도 수교 50주년 경제협력 좌담회

"모디 총리, 인도를 한국같은 나라로 만들겠단 강한 집념 있어
14억 내수시장·숙련 인력 강점 … 투자청엔 한국 전담팀 운영
무역 불균형 해소 과제 … 비자발급 완화 등 장벽도 허물어야"

사회=유창재 정치부장
14억 인구에 세계 3위 경제대국을 넘보는 인도는 세계가 주목하는 ‘기회의 땅’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인에게 아직 ‘미지의 땅’이기도 하다. 중국 베트남 등과 비교해 문화적·심리적 거리감이 크기 때문이다. 특유의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제조업 육성정책 ‘메이크 인 인디아’로 인해 현지에 진출하지 않으면 시장 진입도 어렵다. 그러나 현지 진출 기업인은 허들을 넘으면 엄청난 기회가 뒤따른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경제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의 인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과 한·인도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양국 경제협력 현황과 과제를 토론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니시 칸트 싱 주한 인도대사관 공관차석, 신봉길 전 주인도대사, 아닐 신하 주한인도상공회의소 회장(타타대우 부사장), 조홍신 오토젠 대표, 김낙형 크래프톤 수석PD 등이 참석했다.

▷사회=한·인도 경제 협력이 왜 중요한가.▷신봉길 대사=인도는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기지이자 시장으로서 성장성이 큰 나라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는 중국과 달리 인도는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다. 거대한 내수시장에 인구 구조도 젊다. 중국이 고령화에 접어든 것과 대비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급망 재편으로 인도 위상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인도와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아닐 신하 회장=인도와 한국은 보완적인 관계다. 한국은 반도체, 소재, 과학 분야에서 발전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인도는 14억 인구의 내수시장을 갖고 있다. 게다가 인도는 제조 비용이 낮고 고도로 숙련된 인력도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경제 개혁으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했다.

▷사회=한·인도 외교는 어떤가.▷니시 칸트 싱 차석=인도는 한국 정부의 인도태평양 정책을 지지한다. 한국은 인도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주의 국가여서 협력 여지가 크다. 핵심 광물, 반도체, 인공지능(AI), 통신, 전기차 등 핵심 기술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 한·인도 간 무역불균형 문제가 있지만 별도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신 대사=모디 총리는 인도를 한국 같은 나라로 만들어야겠다는 강한 집념을 가지고 있다. 아쉬운 건 한국이 전통적으로 4강 외교에 치우쳐 모디 정부가 원하는 정도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도 대사로 있을 때 수브라마냠 자이샹카르 인도 외교장관을 만났는데 “코리아 이즈 투 비지”라고 하더라. 이제 전 세계가 인도에 구애하고 있다. 한·인도 관계 발전이 시급하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에서 '한-인도 경제협력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낙형 크래프톤 수석PD, 니시 칸트 싱 주한 인도 대사관 공관 차석, 신봉길 전 주인도대사, 아닐 신하 주한인도상공회의소 회장, 조홍신 오토젠 대표. 임대철 기자
▷사회=기업이 인도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조홍신 대표=시장 개척을 위해 멕시코와 인도 자동차 시장을 고민하다가 미래 성장성에 주목해 인도로 결정했다. 인도는 공용어로 영어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평균연령이 젊고 미래 산업 투자에 적극적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2017년 중소기업으로서는 적지 않은 30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2021년 상반기까지 아주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오토젠의 주력 제품은 첨단기술이 사용된 전기차용 경량화 차체 부품이다. 인도 시장은 가격에 민감해 리스크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성공을 확신했다. 인도 정부의 안전법규 강화, 인도 국민의 전기차 선호로 진출 4년 만에 매출 400억원을 돌파했고, 계속 성장하고 있다.

▷김낙형 수석PD=크래프톤은 ‘디지털 인디아’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자다. 인도 정부가 디지털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면서 무선인터넷 이용률은 한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마침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세계적으로 히트했고, 자연스럽게 인도 시장에 발을 들이게 됐다. 현지 모바일 게임 중 매출 1위를 달성할 정도로 인도에선 이미 국민게임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e스포츠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e스포츠 방송은 케이블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을 통해 서비스되는데 최대 시청자 수가 2400만 명, 전체 시청자 수는 2억 명에 달한다. 이 같은 성장세에 발맞춰 지난 2년 동안 현지 e스포츠 중계, 웹소설 등 스타트업에 1억4000만달러를 투자했다. 3년간 1억5000만달러를 더 투자할 계획이다.

▷사회=사업하면서 어려웠던 점은?▷조 대표=제조업을 운영하기엔 도로, 전기 등 인프라가 아직 부족한 건 사실이다. 시장이 한국과 달라 사전 준비를 했음에도 진출 초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인도는 확고한 제조업 육성전략을 기반으로 개선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고, 잠재력이 큰 시장이기 때문에 충분히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할 만하다. 그동안 주로 대기업 위주로 시장 진출이 이뤄졌는데, 중소기업 중에서도 성공 스토리가 나와야 다른 많은 중소기업이 보고 배울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김 수석PD=가장 어려웠던 건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 방법이 불투명했다는 점이다. 지금은 서비스 진행 중이지만 지난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인도 정부로부터 서비스 중단 조치를 받았을 때, 문제를 풀려면 누굴 찾아가야 하는지 모호했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절차가 불확실한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싱 차석=인도 정부의 방침은 명확하다. 인도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도 투자청 산하에 한국 투자전담팀인 코리아 플러스도 운영하고 있다.

▷사회=윤석열 대통령이 10일 모디 총리와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다. 어떤 합의가 이뤄지길 희망하는가.

▷신 대사=양국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정 협상을 진행 중인데 한국이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인도가 강하게 요구하는 게 인도인을 영어 원어민 교사로 인정해 한국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인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한·인도 무역에서 인도가 매년 100억달러 규모의 적자를 보고 있다. 한국이 인도 시장 관세를 낮추고 개방성을 높이기 위해 들어줄 수 있는 건 들어줘야 한다.▷신하 회장=인도 기업인이 한국행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추천서, 재직증명서, 최근 6개월간 급여 내역과 은행잔액 증명서 등을 제출하고 몇 주에 달하는 심사 기간을 거쳐야 한다. 한·인도 경제협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양국 기업가들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비자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정리=맹진규/사진=임대철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