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보란 듯이'…자동차 본고장 찾은 中 업체 '초강수'

세계 최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3

BYD, 獨 뮌헨 도심에 대규모 전시장
폭스바겐 맞은편에서 '정면 도전'
"차이나 스피드에 전통 업체들 고민"

中 전기차 업체 대거 IAA 출사표
"가장 독일스럽지 않은 독일 모터쇼"
지난 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도심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 오픈 스페이스에서 BYD의 대규모 전시장이 폭스바겐의 전시장 맞은편에 차려져 있다. 뮌헨=빈난새 기자
지난 5일 오후 12시(현지시간) 세계 최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3'이 열린 독일 뮌헨의 오데온 광장. 뮌헨 구도심에서도 중심지로 꼽히는 이곳에 유럽 최대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이 거대한 야외 전시장(오픈 스페이스)을 차렸다. 바로 맞은편에 들어선 것은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중국 BYD의 오픈 스페이스. 전날 개장한 실내 전시관에서도 폭스바겐과 함께 가장 큰 부스를 차린 BYD가 야심차게 마련한 공간이다.
BYD가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개막한 'IAA 모빌리티 2023'에서 전기 SUV '씰 U'를 최초 공개했다. 뮌헨=빈난새 기자
10미터 길이의 대형 광고판이 우뚝 선 전시장엔 남녀노소 수많은 관람객이 북적이고 있었다. 이미 유럽에서 5종의 전기차를 팔고 있는 BYD는 이번에 전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씰 U'를 최초 공개했다. IAA를 보러 영국에서 왔다는 자동차 전문 블로거 스테판씨는 다른 브랜드에 앞서 BYD 전시장을 가장 먼저 찾았다고 했다. 그는 씰 U에 대해 "포르쉐 카이엔 등 다른 브랜드 차량들의 디자인을 많이 카피한 것 같다"면서도 "가성비가 뛰어나 유럽 소비자들에게도 소구력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BYD 직원은 "씰은 차량 본체와 블레이드 배터리, 배터리 관리 시스템, 전력 전자장치 등을 하나로 통합한 '셀 투 바디' 기술이 상용화된 BYD의 첫 번째 차"라며 "차체의 구조적 강성과 배터리의 효율성을 모두 높였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역시 이와 비슷한 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BYD가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개막한 'IAA 모빌리티 2023'에서 '셀 투 바디'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 언더바디 시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뮌헨=빈난새 기자
내년 출시 예정인 씰 U의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말 출시될 전기 중형 세단 씰의 가격은 최저 4만2990유로(약 6100만원)로 책정됐다. 폭스바겐이 출시를 예고한 중형 세단 ID.7의 예상 가격 5만 유로 중반대보다 1만 유로 이상 낮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QE와 BMW가 다음달 출시할 i5는 모두 국내 가격이 9200만원부터 시작한다. IAA 전시장을 돌아본 한 유럽 완성차 브랜드 직원은 "첨단 수준의 전장과 세련된 디자인을 고려할 때 중국 전기차들의 가격은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中서 폭스바겐 밀어낸 BYD, 유럽 시장 노린다

지난 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도심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 오픈 스페이스에서 BYD의 대규모 전시장이 폭스바겐의 전시장 맞은편에 차려져 있다. 뮌헨=빈난새 기자
BYD가 자동차 본고장인 독일에서 현지 국민 브랜드인 폭스바겐과 정면으로 마주한 이 광경은 올해 IAA 모빌리티를 가장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한 장면이다. 올 초 중국 자동차 시장 판매 1위 타이틀을 폭스바겐으로부터 뺏어온 BYD가 이제는 독일 완성차 업체들의 '안방'을 노리며 정면으로 맞불을 놓은 셈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보호주의적인 내수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이제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중국산 전기차에 엄격한 장벽을 쌓은 미국 대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전기차 시장인 유럽이 공략지다. BYD 유럽의 마이클 슈 디렉터는 "BYD는 유럽에 진출한 지 1년도 안 돼 15개국에 140개 이상의 매장을 열었다"며 "IAA에 순수전기차 6종을 선보인 것도 상당한 쾌거"라고 자평했다. BYD는 2025년부터 유럽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 독일, 프랑스, 스페인을 유력한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獨3사는 2년 뒤 내놓을 콘셉트카만… '차이나 스피드'에 고전하는 전통 車

지난 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도심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 오픈 스페이스에서 메르세데스벤츠가 최초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카 'CLA 클래스'가 전시돼 있다. 뮌헨=빈난새 기자
반면 전통의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성능을 모두 갖춘 전기차를 제때 시장에 밀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IAA에서 벤츠와 BMW는 각각 '콘셉트 CLA 클래스'와 '비전 노이어 클라쎄'로 인상적인 전기차 비전을 선보였지만, 이 차들이 실제로 시장에 나오려면 2025년은 돼야 한다"며 "폭스바겐도 (테슬라와 BYD 등이 주도하는) 전기차 시장을 당장 흔들 만한 제품은 내놓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에서 BMW가 2025년부터 양산할 전기차 모델의 원형이 될 콘셉트카 '비전 노이어 클라쎄'를 최초 공개했다. 뮌헨=빈난새 기자
실제 테슬라와 함께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 업체들의 '차이나 스피드'는 내연기관차에서 노선을 바꿔야 하는 전통 업체들에게 도전 과제가 됐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CEO는 "자동차 제조의 혁신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오고 있다"며 "그곳의 믿을 수 없는 속도를 따라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에서 폭스바겐이 최초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카 'ID.GTI'가 전시돼 있다. 뮌헨=빈난새 기자
벤츠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총괄하는 마그누스 외스트버그 최고 소프트웨어 책임자(CSO)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의 변화가 굉장히 빠른데 각 시장에 필요한 기능을 빠르게 출시하는 '스피드'가 가장 고민된다"며 "어떤 경우에도 질과 안전, 보안 등을 희생시킬 수 없는데, 이를 빠른 시간 안에 함께 이루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털어놨다.

IAA 스포트라이트 中 업체에 쏠려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 MG모터스가 선보인 전기 스포츠카 '사이버스터'를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뮌헨=빈난새 기자
이번 IAA에는 BYD 외에도 니오, 샤오펑, 둥펑자동차, 리프모터, MG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목이 중국 업체들에 쏠리자 "그 어느 때보다 독일스럽지 않은 독일 모터쇼"라는 평가도 나왔다.

캡제미니 엔지니어링의 피터 핀틀 컨설턴트는 "중국이 유럽 자동차 시장의 중심부로 진출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중국 업체들은 서구 구매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우 경쟁력 있는 차를 내놓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유럽 브랜드들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기차 전환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뮌헨=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핫이슈